(서울=연합인포맥스) 이탈리아 총선 첫날. 북부의 폭설과 남부의 강풍, 시칠리아의 화산활동으로 투표율은 저조하다. 이탈리아 내각부가 집계한 선거 첫날 투표율은 15%로 2008년 총선 때보다 2%p나 하락했다. 현지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기존 정당을 가장 신뢰하는 부동층과 노인층 투표율이 하락할 수 있다면서 여론조사에서 가까스로 1위를 달리는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대표가 기상 악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五星)운동'은 악천후를 반기는 분위기다. 오성운동 지지자들은 젊은 유권자가 대다수이며 적극적 투표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악천후에 따른 득표수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이 덕분에 그동안 베르사니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엎치락뒤치락했던 시칠리아에서도 그릴로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기존 정치에 반대하는 항의성 투표까지 더해지며 일각에선 오성운동 득표율을 20%까지 관측됐다. 첫날 투표가 끝나고 인터넷에 돈 선거 결과에서도 오성운동이 급부상했다는 이야기 돈다. 기존의 당(黨)이라는 글자까지 내던진 코미디언 출신 그릴로를 보고 웃는 사람은 이제 없다.

오성운동이 총선에서 이기진 못하겠지만 민주당, 그리고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의 연대를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기더라도 경제 개혁을 추진할 큰 힘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절대 다수당이 없는 헝 의회에서 오성운동이 사사건건 긴축안에 제동을 걸면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12년간 계속된 저성장이 더욱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 투표가 시작됐다.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 결과는 26일 자정께 공개될 예정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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