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일본은행(BOJ) 차기 지도부의 진용이 꾸려졌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와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부총재로 꾸려진 BOJ 지도부는 이르면 내달부터 BOJ의 통화정책위원회를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이들이 어떤 부양책을 내놓을지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신임 인사들이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하며 연착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넓은 국제 인맥을 가진 총재와 비정통적인 부양책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부총재, 그리고 보수적인 중앙은행가 성향인 또다른 부총재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모두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보다 비둘기파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다만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방법과 통화정책상의 수단, 그리고 성장률 제고 방안을 두고 견해를 달리 하고 있어 의사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3월 회의는 새 총재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자리로 통화정책의 급진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로다는 중앙은행이 자산 가격을 높이고 투자자의 위험 선호심리를 부양하고자 직접 회사채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야 한다는 '신용 완화' 방식을 주장한다.

반면 이와타는 위험 자산 대신 장기 국채를 사들여 본원통화를 확대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위험 자산 매입을 늘리면 BOJ의 대차대조표를 잠재적 손실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BOJ는 3년만기 국채까지 사들이고 있다.

히로시는 정책 결정에 두 인사보다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와 이와타 부총재가 정책 완화 수단에서 이견을 보인다"면서 "시장은 이들이 견해차를 어떻게 좁힐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OJ가 이와타의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BOJ 정책위원회 내 다수 인사들도 위험 자산 매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BOJ는 다른 신용시장은 BOJ가 정기적 매입을 시행하기에 너무 작다면서 현재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서 사들이는 자산 외의 위험 자산을 매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BOJ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인상을 줄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BOJ가 할 수 있는 것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와 이와타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계속 시행할지 아니면 새 지도부의 비둘기파 성향을 과시하고자 경제에 유동성을 투입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지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자산 매입 확대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BOJ는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와 달리 구로다와 이와타는 통화 정책을 직접 정한 경험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해 BOJ 위원들에게 더 기댈 것으로 봤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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