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마리오 몬티 총리가 총선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은 친(親) 유럽연합(EU)이라는 낙인 때문이다. 지난 21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몬티가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와 함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공격했다. 몬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 메르켈과의 거리 두기에 신경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 총선은 거듭되는 긴축 요구에 '더는 못 참겠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분출구였다. 보코니대학의 티토 보에리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켈이 우리 선거에 깊이 관여하고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몬티의 운명에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성장은 둔화하는데 시민에게 긴축을 요구해야 하는 국가들에서 이탈리아 총선과 같은 사태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제네바 국제대학원의 찰스 와이플로츠 교수는 메르켈이 주창하는 강도 높은 긴축이 언젠가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그는 1년 전에도 "희생을 강요당했던 시민들이 약속한 결과를 못했다"면서 경고했다. 실제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이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했던 국가들은 긴축 때문에 경기 침체에 빠졌고 실업률은 급등했다.

이런 환경에서 포퓰리즘은 극성을 부린다. 이번 총선의 오성운동(M5S)은 물론이고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유럽을 부정하는 공약으로 부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중 하나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긴축안이 프랑스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데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긴축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와이플로츠 교수는 다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당장 긴축이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나오자 시장은 현지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이탈리아 자산 투매를 목격했다. 긴축을 철회하려는 정부는 자국 금융시장에 발생할 일대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긴축을 철회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 마련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정치적 교착은 긴축을 하려는 쪽이나 막으려는 쪽 모두에 곤란한 상황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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