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두산건설[011160]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나선 두산중공업[034020]이 조단위의 크로스보더(cross border) M&A에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의 직접적인 자금 소요에다 지급보증 누적에 대한 크레디트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이탈리아 방산업체 핀메카니카(Finmeccanica)의 에너지·발전사업 자회사인 안살도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 이하 안살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유럽에서 안살도 가격은 최대 17억달러로 거론된다.

물론, 두산중공업의 인수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안살도가 두산중공업의 인수 경쟁자이기도 한 독일의 지멘스와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여전히 이탈리아 현지 여론은 해외 매각에 부정적이다. 안살도 CEO의 부정 스캔들도 매각이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이유로 삼성(삼성테크윈)은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이 각종 난관을 뚫고 인수자로 낙점을 받는다면 그다음은 재무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싸워야 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약 7천억원이다. 안살도 인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차입이 필요하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89.2%, 32.3%로 낮지 않은 수준인 점에서 인수 시 재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이 유럽법인의 현지 차입을 이용해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해당 법인들의 자산 규모와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적잖은 지급보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6월 말 기준 건설 부문 시공현장에 대한 1조5천억원의 지급보증을 떠안고 있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은 자금난을 겪는 두산건설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실시하는 4천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천55억원을 투입하고 알짜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을 두산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로 받고 넘기기로 했다.

또, 다른 계열사와 컨소시엄도 여의치 않다. 지난 2011년 리파이낸싱으로 밥캣(현 DII) 인수 부담에서 한숨 돌린 두산인프라코어도 실적 부진으로 인수전에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국내 IB 관계자는 "M&A에 일가견이 있는 두산그룹이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겠지만, 과거 밥캣처럼 그룹 전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지에서 거론되는 예상가격 수준에 베팅한다면 그건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의 성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안살도 인수 작업까지 수행할 경우 다시 그룹 재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두산건설의 정상화도 두산중공업의 재무 관찰 요소인데 안살도 인수는 큰 재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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