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은행 경영진의 고액 성과급에 제동을 걸자는 전 유럽적인 움직임에 맞서 '유럽의 독불장군' 영국이 다시 외로운 싸움에 나섰다.

유럽의회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이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에 합의했다. 이 법안은 유럽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을 주주들 다수가 동의할 때만 고정 연봉의 2배까지 늘리도록 했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감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스위스에서는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주민 발의안이 대다수의 지지 속에 가결되기도 했다. 거스를 수 없을 듯한 이런 분위기를 홀로 저항하는 영국은 오히려 EU가 영국에 가혹하다고 말한다.

런던은 EU 금융의 중심지로 금융업은 영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어느 회원국에서보다 금융업 비중이 큰 영국에 상여금을 제한하라는 것은 나머지 회원국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라고 패거리를 지어 괴롭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논평을 통해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을 제한하는 것은 멍청한 계획이라고 일갈했다. 논평은 런던 금융가의 성과급 문화가 이미 과거에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이를 손볼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성과급 규제는 실용적이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은 점차 유럽 차원의 규제를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유럽의 경제위기 심화와 EU 재정통합 움직임에 대한 반발, EU 예산 증액에 대한 반감 등으로 영국에선 EU 탈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EU 협정 개정을 요구하면서 회원국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영국이 1년여 전 EU 정상회의에서 재정협약 서명을 거부한 것은 런던 금융계를 위해 EU의 양보를 강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여전히 EU의 양보를 구하고 있지만 EU를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과 EU의 관계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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