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하이마트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그룹이 신중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마트를 인수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컨설팅을 내부는 물론 외부 기관에까지 의뢰하는 등 매우 조심스런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 실제로 뛰어 들더라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써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롯데경영연구소와 함께 외국계 기관에 하이마트 인수 타당성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미 지난해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오기도 전에 가전양판점의 사업 검토를 끝낸 롯데로서는 의외의 신중한 행보다.

롯데는 롯데마트 내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파크를 올해부터 단독 가두점(街頭店)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롯데백화점의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던 정승인 상무를 롯데마트 디지털사업 본부장으로 내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하이마트가 시장에 나오자 롯데는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구미는 당기지만 생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국내외 IB의 구애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리테일이 외국계 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돌리며 먼저 나섰고,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칼라일 등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는 이에 대해 이미 가전양판점의 미래를 예측한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에 껄끄러운 요소를 고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가격 부담이 지목된다.

62.5%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만 1조1천억원이 넘는다. 1조7천억원의 장부상 영업권 가치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실제 인수가격은 2조원을 넘길 수도 있다.

하이마트의 경쟁력을 인정하지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선종구 회장이나 핵심인력 유출시 하이마트의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

롯데는 M&A시장에서 스스로 산정한 인수가치를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일례로 과거 오비맥주 M&A를 거론했다.

롯데는 과거 오비맥주 인수전에서도 매각자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가격을 써내 탈락했고 현재 독자적으로 충주에 맥주공장을 짓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해도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진단이다.

외국계 IB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우인터내셔널 M&A에서 롯데가 포스코에 근접하는 가격을 써내 IB업계에서는 의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가 외부 컨설팅까지 의뢰할 정도로 고민하는 것은 '디지털파크' 투자에 따른 효과와 하이마트 인수 시너지의 차이와 양쪽의 가격일 것"이라며 "컨설팅 결과는 모르지만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가해도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마트 기존 경영진 승계 문제 등을 고려하면 롯데는 물론, GS나 신세계 등 국내 기업보다는 PEF쪽이 인수 조건 협상에 훨씬 유리하다"며 "이를 상쇄할만한 높은 가격을 롯데가 제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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