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삼성증권이 홍콩 법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 홍콩 현지 법인의 홍콩 주식 브로커리지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한국 주식 세일즈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증권사임을 강조하며 기세 등등하게 사업 확장에 나선 삼성증권 홍콩법인이 풍랑을 맞은 것이다.

삼성증권이 홍콩에 입성해 사업을 확장할 당시, 업계에서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네임밸류를 앞세워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현지 우수 인력을 파격적인 연봉으로 대거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증권사들이 추구하는 해외 주식 중개 사업도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데 따른 놀라움과 부러움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동종 업계는 질투를 하면서도 내심 잘 되길 기대한 게 사실이다.

홍콩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에서 한국물만을 취급한다면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현지에 진출한 진정한 의미가 없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삼성증권의 홍콩 사업 축소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경쟁사라고 하더라도 현지에서의 한국 증권사 가치를 제고하고 글로벌 IB(투자은행)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크만큼 삼성증권에 걸었던 기대도 컸지만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차별화된 연봉을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땐 삼성만의 상세한 대안이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딱히 이렇다할 대책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현지 인력 채용 시 연봉도 상당히 많이 줬고 사업 성공 의지가 대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삼성증권이 먼저 홍콩 시장을 열어 놓으면 후발 증권사들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무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당초 채용한 현지 인력 관리와 거액 연봉이 '부메랑'이돼 지금의 구조조정 수순까지 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홍콩 현지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 홍콩법인 실패에 대해서는 몇달 전부터 업계에 얘기가 돌았다"며 "아마 대규모 현지 인력 관리 문제가 가장 큰 패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현지 고급 인력을 거액을 주고 채용한 부분이 계속해서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물이 아닌 홍콩물을 비롯한 해외 주식 거래는 중장기적으로 지향해야하는 모델임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삼성이 너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다가 다시 사업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의외다"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다이와증권이 홍콩법인 확장에 나섰을 때 현지에 뽑을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이 돌 정도로 우수 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했었다"며 "거대 연봉으로 대규모 채용해 현지 인력 몸값만 올려놓고 한발 물러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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