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지난 3일 국민투표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주민 발의안을 67.9%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 규제안에 붙은 이름이 '살찐 고양이(fat cat) 법'이다.

살찐 고양이는 배부른 자본가를 비아냥거릴 때 자주 사용되는 말로,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기업 경영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발의안을 통과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 법안은 주주들이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매각이 성사됐을 때와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이른바 '황금 낙하산')도 금지하도록 했다.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어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도 적용의 대상이다.

이번 국민투표를 이끈 토마스 마인더(53) 무소속 국회의원은 역설적이게도 치약 회사 '트라이볼'의 CEO다.

그는 지난 2001년 자금난에 시달리던 항공사 스위스에어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해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다.

고생 끝에 회사를 살린 마인더는 스위스에어 경영진이 막대한 보수를 받는 것을 보고 분노해 국민투표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국민투표 성사 요건인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 결국 규제를 통과시켰다.

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은행 경영진의 보너스 한도를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은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이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주주들 다수가 동의할 때만 고정 연봉의 2배까지 늘어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크법'에는 최소한 3년마다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도록 한 규정(say-on-pay rule)이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는 규정이지만 주주들의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엔 부담이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의 다수 주주는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비크람 판디트 당시 CEO에 대한 연봉 지급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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