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초 시장을 달궜던 유로화 강세가 꺾이는 것일까. 유로-달러는 지난달 초 1.3710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그리고 이탈리아 총선이 유로화 가치를 낮춘 악재였다. 노무라증권은 유로-달러가 한 달 안에 1.25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키프로스 사태로 앞으로 베일 인(bail-in)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로화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보면 19일 현재 유로-달러가 하락하는 데 베팅한 투자액은 72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유로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약세론자들은 새로운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유로화가 1.20달러나 그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국채를 사들일 수 있는데 이는 시장에 유로화를 푸는 결과를 낳으므로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캇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어떤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유로화가 지지를 받았던 것은 ECB가 채권 매입을 꺼렸기 때문이지만 빈사 상태인 유로존 경제와 높은 실업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화를 떠받치고자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유로화 약세론자들은 한발 물러섰다. 곧바로 9월 ECB는 부실국 국채를 사들이는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는 키프로스가 유로화 약세 베팅을 크게 늘릴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서 ECB도 이번에는 이런 분위기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키프로스가 떠안은 부담스러운 구제금융 조건으로 트레이더들은 유로존이 규모가 큰 스페인, 이탈리아의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UBS의 제프리 유 스트래티지스트는 "ECB가 키프로스와 같은 작은 국가에서도 일을 그르쳤다면 큰 국가의 문제를 잘 처리할 것으로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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