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는 글로벌 자금이동이다.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선진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유럽 재정위기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은 성장률 저하로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됐던 큰 그림이 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고난의 행군'을 걸었다.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았다. 그 틈새를 노린 자금이 선진국에서 빠져나와 신흥국으로 몰려갔다. 선진국 정부의 정책은 자금이동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미국이 1~3차 양적완화(QE3)로 푼 달러자금은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퍼부은 유동성 공세도 신흥국으로 자금이동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 글로벌 자금이동에 불을 붙인 도화선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기부양책)다. 아베 총리가 작년 9월 취임한 이후 펼친 엔저 정책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변화를 자극했다. 일본의 엔저는 달러 강세 현상을 유발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고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기꾼들이 엔저에 편승하면서 달러강세 현상이 굳어졌다. 작년 9월 78선을 기록했던 달러지수는 82선까지 올랐다. 때마침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으로 자금 쏠림 현상을 유발했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몰려가는 현상을 '글로벌 대전환(Great Rotation)'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대전환의 개념을 글로벌 환경에 적용한 것이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에 잡히기 시작한 '脫신흥국 入선진국' 자금 흐름이 계속될지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대전환이 자리를 잡으려면 선진국 경제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시작되고 미국의 경기회복이 멈칫거린다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키프로스 사태와 이탈리아 연정 구성 실패 등 최근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개운치 않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도 주목대상이다. 새해 초만 되면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3월 이후 여지없이 무너졌던 게 최근 2~3년의 흐름이었다. 올해는 과연 미국이 지속적인 경제회복 궤도에 올라올 것인지 주목된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쭉쭉 뻗어나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엔저 흐름을 이끌 일본의 통화정책도 중요한 변수다.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을 떠난 자금이 미국으로 계속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를 충실히 이행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발언은 엔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로다의 새 정책은 오는 4일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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