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며칠 전 CNBC에서 마크 파버(Marc Faber)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는 ‘글룸, 붐, 둠 리포트(Gloom, Boom and Doom Report)’라는 간행물의 편집인인데, 잘 알려지다시피 비관론자, '미스터 둠(Mr. Doom)'으로 유명하다. 그가 펴내는 보고서의 제목을 보라. 직역하면 ‘음울, 호황 그리고 파멸 보고서’가 되니 그것만으로도 음침하지 않은가? 오싹 찬 공기가 느껴진다.

비관론자답게 그는 시종일관 우울한 전망만을 쏟아내었다. 키프로스 사태는 선진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현재 선진국 증시 중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뉴욕의 주가도 위험하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나는 좀 짜증이 났다. 인터뷰를 간략하게 한 탓도 있겠지만, 정작 그는 ‘왜 비관적으로 보는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영어 실력이 모자라 잘못 들을 수 있는지라 주의 깊게 경청하였으나(스위스 태생인 그의 영어 발음은 듣기 어렵지 않다) 별 내용이 없었다. 그냥 “주가가 떨어지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구체적인 근거 없이! 그런 말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도 마크 파버의 인터뷰를 보면서 짜증을 느끼는 판국인데 인터넷에는 수많은 ‘안티 파버’가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모르긴 몰라도 온갖 댓글과 악플로 그를 욕하고 있을 터(그의 귀는 참으로 간지럽겠다!). 물론 주장이 맞을 수 있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당장에야 비관론자로 살기란 참으로 어렵다.

사실을 말한다면, 나 역시 코스피지수의 전망에 대하여 그다지 낙관적인 편이 아닌지라 은근 걱정된다. 그래도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무작정 비관하는 것은 아니며, 아울러 큰 흐름에서는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조금 더 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 초반, 코스피지수의 일목균형표는 좀 이상한 형태였다. 기준선과 전환선은 여전히 역전(=데드크로스)된 상태이고,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 아래에 있었지만, 지수는 되레 구름 위로 올라섰기 때문.

당시 주가와 구름과의 관계로만 판단한다면 시장은 ‘상승세’라고 규정할 수 있었지만 다른 부수적인 여건들(즉 기준선, 전환선, 후행스팬 등)은 상승세를 뒷받침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구름만으로 상승세라고 보는 편이 옳았을까 아니면 신중하게 더 두고 보는 편이 나았을까? - 이미 결과는 다 나왔다. 지난주의 코스피지수 움직임이 바로 ‘정답’이었던 터. 상승은커녕 지수는 추락을 거듭하였다. 그러기에 다른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와 구름만을보고 ‘상승세’라고 주장하였다면 그건 매우 섣부른 해석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추세를 판단하기 용이해졌다. 일목균형표의 각 요소가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는 다시 구름 아래로 내려섰으니 두말할 나위도 없고, 기준-전환선의 역전이나 후행스팬이 26일전의 캔들 아래에 있는 것도 똑같다. 그렇다면 지금의 추세는? 그렇다. 하락세이다.

물론 지난주에 지수가 내내 하락하기만 하였으니 이번 주에는 하다못해 반등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 리스크가 살아있겠지만 지난주 주식시장의 반응이 다소 지나친 바도 있다. 그러나 일목균형표의 모든 요소가 한결같이 ‘하락’을 말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매수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이다. 이럴 때에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상책. 반등할 때마다 현금비중을 늘이고 싶다.

참고로 말하여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 지금을 B파동으로 본다는 내 주장은 변하지 않았다. 원래 B파동, 조정파동은 재미없다. 화끈한 상승파동은 아직 멀었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엔 차트를 보니 까마득하다. 아베노믹스가 막강하다. 달러-엔은 순식간에 ‘쓰리 빅’ 이상 치솟았다. 그리고 이러한 급등은 지난 3월12일부터 이어지던 달러-엔의 조정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단 하루 만에 보름 동안의 조정폭을 뛰어넘었으니 말이다. 급등도 이만저만한 급등이 아니다.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달러 값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솟는데, 달러-원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차트로 보아서도 환율은 명명백백 상승세이다. 굳이 일목균형표 등등을 운위하면서 기준선이 어떻고 후행스팬이 어떻고 떠들 필요도 없다. 확실하다. 상승세다. 지난주에 나는 가장 손쉽다고 알려진 이동평균선만으로도 환율의 상승세가 분명하다고 주장하였다. 지금도 그렇다.

더구나 달러-원 환율은 올해 들어 처음 가는 길을 가고 있다. 1,100원도 넘어서고, 1,110원도 돌파하면서 위로는 별달리 저항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1,130원마저 뚫었으니 거칠 것 없다. 저항선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고 한가한 일이다. 추세는 상승세이고, 달러는 올라갈 것인즉, 우리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추세를 거슬러 ‘숏’을 때리기란 자칫 파멸을 부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기야 코스피지수가 지난주 내내 하락하였으니 하다못해 약간 반등이라도 기대할 수 있듯, 달러-원의 경우도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으니 약간 주춤거리는 일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이 자리에서 강조하였듯 그건 추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조정인즉 그걸 믿고 거래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환율의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조정기미가 나타나면, 물실호기(勿失好機), 달러를 싸게 살 기회가 된다.

1차 1,121원, 2차 1,117원이 예상되는 지지선이다. 그런데 이처럼 지지선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그 언저리까지 밀린다면 대만족이겠다. 여전히 ‘바이 온 딥’ 전략이다. 당연하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