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롯데그룹이 3일 주요 계열사 사장을 대폭 교체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는 일부 승진을 제외하고 거의 손대지 않았다.

'글로벌 롯데'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 등 중요 이슈에 대해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는 정책본부의 위상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또 올해도 공격적으로 외형 확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롯데는 신 헌 롯데홈쇼핑 사장을 주력 계열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총괄하게 돼 현업에서 물러난다.

김용수 롯데삼강 대표가 롯데제과 대표(부사장)로, 송용덕 롯데호텔 모스크바 법인 롯데루스 대표가 롯데호텔 대표로, 허수영 케이피케미칼 사장이 호남석유화학 대표로 각각 자리를 옮긴다.

또 이원우 롯데물산 대표와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194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반영해 임원 승진 인원만 96명으로 최대 규모다.

이번 인사는 대부분 CEO가 50대로 세대교체의 성격이 짙다. 또 신동빈 회장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신 헌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책본부의 핵심인사는 거의 변동이 없다.

이인원 부회장(정책본부장), 채정병 사장(지원실장), 황각규 사장(국제실장) 등 핵심 인사들은 이번 바람을 빗겨갔다. 오히려 김재화 전무(개선실장)와 김치현 전무(운영실장)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해 정책본부에 더 힘이 실렸다.

이 부회장과 채 사장, 황 사장 모두 지난해 초 승진해 이번 인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해도 롯데그룹이 컨트롤타워 업무의 영속성을 유지하며 올해도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확장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충북소주, CS유통 등 적잖은 M&A 실적을 냈고 대한통운 등 규모가 큰 딜에도 참여하는 등 여전히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마트 인수전 참여를 준비 중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내부 임원회의에서 글로벌 경기가 좋지 못할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공격적인 M&A를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이미 지난해 인사를 통해 정책본부에 힘을 실었다"며 "계열사 CEO 교체가 많더라도 그룹의 주요 정책을 조율하고 중복투자 방지,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정책본부 인사를 유지해 큰 변화 속에서도 안정을 꾀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올해도 M&A를 통해 계속 덩치를 키우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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