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의 눈이 한반도를 응시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때문에, 한국은 환율 정책 때문에 각각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15일)을 전후해 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는 북한 리스크가 최고조로 올라가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주말 발간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환율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국의 금융정책이 환율상승 압력을 줄이는 쪽으로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미국은 경고했다.

◆北, '블랙스완 or 스테이 쿨' =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를 보는 시각은 철저히 양분돼 있다. 북한이 전쟁을 불사하고 한판 붙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그러한 자충수를 두기보다는 현실적인 경제지원을 얻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지난주 미국 언론에 실린 한반도 전문가의 칼럼을 보면 이러한 시각이 잘 반영돼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재스퍼 킴 이화여대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그는 한반도의 상황을 블랙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에 비유했다. 블랙 스완은 주로 금융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말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번 발생하면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이벤트를 뜻한다. 재스퍼 킴 교수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남북한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차 세계대전이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은 총격 때문에 발발했듯이 한반도에서도 뜻하지 않은 일(Korean war 2)이 발생할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북한의 허세(N.Korea's bluff)에 현혹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stay cool)는 게 요지다. 그는 호들갑 떠는 전 세계인들이 한국사람들의 무관심한 대응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북한이 원하는 건 '경제지원이라는 실리'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대외 경제 의존도에서 중국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에 다른 스폰서(지원국)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북한의 위협을 ▲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북미 제네바 합의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북한에 한발 양보했던 과거의 전례에 비교했다. 북한의 위협은 결국 미국이라는 경제 스폰서를 얻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북한의 로직(논리)를 잘 아는 한국인들은 전쟁위협에도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韓 환율정책, 일본 때문에 덤터기 = 한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한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예상 밖의 일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무제한적 돈 풀기를 하는 나라에 비해 점잖게 외환시장을 대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엔저와 경제부활을 외치는 일본과 3차 양적 완화까지 단행한 미국, 재정위기 탈출을 위해 각종 유동성 조치를 쓴 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는 정말 한 게 별로 없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거시건전성 규제를 문제 삼았다. 이 규제가 구도와 시기, 내용 면에서 자본유입을 제한하거나 환율상승 압력을 줄이는 쪽으로 쓰이지 않도록 압박하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의 양적·질적 양적 완화의 파장을 경고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에도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의도는 환율전쟁이 더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정책에 대해 종합적인 지적사항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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