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머징마켓(신흥시장국)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경제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선진국 위기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수출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이머징마켓에 최대 악재다. 선진국의 불황은 곧 수출시장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 코가 석자'인 선진국이 이머징마켓에 투자했던 자금을 꺼내 가면 자본시장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 몇 년간 재정위기에 시달렸지만 이머징마켓은 잘 버텨왔다. 미국과 유럽보다 재정건전성이 좋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머징마켓은 선진국 경제를 대신해 미래 지구촌 경제를 이끌 대안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이끌 리더로 부상하고 10~20년 뒤에는 인도가 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머징마켓이 마냥 호시절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이머징마켓까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럽 수출시장이 닫히면 한국과 중국 등 수출주도형 국가는 타격을 받는다. 최근 무역지표에서 이런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수출이 줄면 인근 아시아 국가들도 연쇄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럽 수출시장과 중국 수출시장을 동시에 잃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무디스는 아시아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남미 국가들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에도 독야청청했던 이머징마켓에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무디스와 IMF가 지적한 공통점은 유럽 위기의 전이다. 유럽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아시아 국가의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 유럽발 디레버리징(차입축소)가 계속되면 금융시장 여건이 경색되고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의 불길이 쉽게 진화되지 않기 때문에 이머징마켓은 방화벽을 단단히 설치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경제주권을 유린당한 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외신과 신용평가기관의 부정적 평가가 번갈아 나오면서 나라 곳간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야박한 평가가 시작되는 것을 우리는 조기경보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외신들은 우리 경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ㆍ무역수지 등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 경제를 '포도밭의 장미'로 비유하기도 한다. 와인용 포도밭 주변에 병충해에 약한 장미를 심어놓으면 포도가 상하기 전에 미리 그 징후를 알 수 있다. 대외 경제변수에 취약한 '스몰 오픈 이코노미'인 한국은 포도밭의 장미와 같다는 게 외신의 시각이다. 한국을 이머징마켓의 조기경보로 보는 해외의 시선이 집중될 때 우리는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