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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조나라에 조괄(趙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병법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 군사전략이나 전술에 해박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들판에 나가서 신체를 단련하거나 혹은 전쟁터에 나가서 실전경험을 쌓지 않고 종일 방에 처박혀 이론만 파고들어가는 것이 못마땅하였다. 조괄의 아버지는 전쟁이란 생사가 걸린 결전이므로 단순히 이론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으며, 따라서 철없이 이론만으로 병법을 논하는 것은 장수로서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비록 자신이 낳은 자식이었지만 아들이 행여나 훗날 장군이 된다면 오히려 나라가 큰 변을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하였다.

그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웃 진나라가 조나라를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시 조나라는 염파라는 장군이 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군인이었다. 그래서 진나라는 첩자를 동원하여 헛소문을 퍼뜨렸다. “조나라 장수 염파는 늙고 싸움을 하기 싫어하므로 진나라가 전혀 겁내지 않는다. 다만, 진나라는 혹시 조괄이라는 자가 대장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

유언비어가 조나라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그는 솔깃해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고자 하였다. 이론에 밝으나 실전경험이 전혀 없다는 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왕은 고집을 부려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였다. 조괄은 대장이 되자마자 병서에 나오는 대로 군대조직을 다 뜯어고쳤으며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로지 책에 나오는 방식으로만 작전을 전개하였다. 물론 결과는 참담하였다. 그는 전투마다 대패하여 조나라를 큰 위기에 빠트리고 말았다.

금융시장이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이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실전경험이다. 증시 격언에 “예측보다 대응”이라는 말이 있다. 예측도 당연히 잘해야 하지만 성공하느냐 여부는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시장이 예측대로 항상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르리라 예측하였는데 실제로는 폭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하락할 것으로 보았는데 되레 폭등하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돈을 버느냐. 그건 융통성 있는 대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작년 말, 각 증권사의 올해 증시전망을 살펴보았더니 대부분 ‘전약후강’이라는 의견이었다. 상반기는 그리스며 이탈리아 혹은 포르투갈 등의 재정위기로 말미암아 주식시장이 하락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되면서 주가로 상승리듬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 시장은 새해 초부터 외국인들의 엄청난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약’은커녕 ‘전강’도 보통 강세가 아니다. 어떻게 된 노릇일까?

놀랄 일도 아니다. 원래 그런 법이다. 주식시장에서 ‘만장일치’가 이루어지면 항시 시장은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 모든 사람이 오른다고 하면 주가는 내리고, 대다수가 비관할 때 주가는 상승하는 법. 예컨대 모두가 “추가상승, Go!”를 외치는 바로 그때, 주가가 꼭지를 만들고 고꾸라졌던 것을 우리가 어디 한, 두 차례 경험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은 어떨까? 지난 주말 뉴욕의 주가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꽤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당장 우리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지난주 탈환에 실패하였던 2,000 고지도 이번 주에는 넘어설 공산이 높아졌다. 앞서 예로 들었듯,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만장일치 의견은 항시 틀렸다. 시장에서 넘어서기 어렵다고 모두가 예상하던 저항선은 돌파되기 마련이었고, 반드시 지지가 되리라 믿어지던 지지선은 기대를 저버리고대부분 무너졌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2,000선은 돌파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다. 2,000을 넘어선다손 치더라도 ‘후속타’가 없다면 만사휴의이다. 마치 야구에서 1, 2, 3루에 주자가 가득 차있지만, 결정타 한 방이 없어서 득점에 실패하는 꼴이다. 그래서 거래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래량은 이를테면 후속타와 같다. 시장에 새로운 세력이 들어온다는 증거이다. 그게 없으면, 즉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추세의 동력도 사라진다. 실제로 과거 차트를 들여다보면 거래가 급증하였던 날이 추세의 분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이는 뉴스Y의 <마켓워치> 방송에서 내가 차트로 보인 바 있다). 하락추세에서 상승추세도 바뀔 때에도 하락추세의 마지막 날에 거래가 급증하였고, 상승추세에서 하락추세로 전환될 때에도 역시 마지막 날에 거래가 많이늘어났었다.

따라서 이번에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고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거래량이 보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은 2,000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혹은 아슬아슬하게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서 상승세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겠다.

나는 어떤 편이냐면 역시 조심스러운 쪽. 2월2일, 장중에 지수가 거의 2,000에 육박하였을 때 거래량이 이미 6억4천만주가 터졌는데, 과연 그것보다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기에 현 수준에서 추격 매수하기 겁난다. 오히려 상승을 이용하여 기존의 물량을 처분하고 싶다.

(달러-원 주간전망)

고용과 물가. 어느 쪽이 우선일까? 정책당국자로서 잡고 싶은 ‘두 마리 토끼’이지만 쉽지 않다.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인가? 어떤 사람은 물가를 좀 희생하더라도 성장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의당 성장이 우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정답은 없겠다.

그런데 요즘 환율을 보면 당국은 성장보다는 물가를 중시하는 것 같다. 1월에 무역적자가 났는데도, 그리고 유럽의 재정위기 탓에 올해 국제수지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한대도 일단은 물가에 주안점을 둔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난공불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120원마저 무너졌는데도 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없기 때문이다.

차트를 보더라도 달러-원의 추세는 완벽한 하락추세이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앞에서 당국이나 물가에 대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도 사실은 기술적 분석으로 길게 설명할 말이 궁색하기 때문이다. “달러-원은 하락추세이므로 계속 내려갈 것”이라고 달랑 한 문장으로 끝낼 수야 없지 않겠나.

이동평균선으로 환율<5일선<20일선<60일선<120일선으로 늘어서는 역배열이 날씬하고, 일목균형표로도 달러-원은 구름 아래 멀찌감치 하락하고 있는데다 후행스팬, 기준선, 전환선 등이 모두 하락추세 일변도이니 더 보탤 일도 없다. 더구나 스토캐스틱은 약간의 반등에서 벗어나 다시 실패(failure)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하락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신호이다.

방향은 정해졌다. 확실하다. 의당 아래쪽이다. 그러기에 굳이 따진다면 “어디까지”가 관심사이다. 1,120원도 깨진 마당이라 변변한 지지선도 보이지 않는다. 손쉽게 1,110원 혹은 1,100원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짐작하는 정도일 수밖에 없다. 설마(!) 1,100원까지 환율이 수직 낙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현 시점에서 지지선에서의 반등을 기대하고 ‘롱’으로 잡기는 모험이 따르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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