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 2010년 초 그야말로 '초상집'이었다.

애플의 '아이폰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부랴부랴 '옴니아'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에서는 혹평만 쏟아졌다. '애니콜 신화'로 승승장구하던 휴대전화 사업이 일생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아이폰 따라잡기'에 나섰고, 그해 6월 출시된 '갤럭시S'를 앞세워 비로소 추격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의 처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애플은 어느덧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에 내주며 부쩍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는 19일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자체부품 조달능력과 발 빠른 시장 대응전략이 애플을 넘어서는 데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 사라진 '혁신'…삼성 '새로운 1인자' = 애플과 삼성전자의 희비는 주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5.5%(23.09달러) 급락한 402.59달에 머물렀다. 특히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주당 40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애플은 1년여 만에 엑손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지난해 9월 최고가(주당 702.10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반년 만에 주가가 40%나 빠지게 됐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11년 8월 68만원에서 1년 반 동안 2배 넘게 상승해 현재는 150만원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주가 흐름은 양사의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초창기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던 애플은 2011년 중반부터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더니 작년에는 점유율이 21%로 떨어졌다.

그 사이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5%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작년에 32%(1위)로 급상승했다. 게다가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점유율은 38% 수준까지 상승해 애플과의 격차를 2배로 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실적흐름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 분기 최대실적을 경신하면서 2011년 4분기만 해도 4배가량 차이가 나던 양사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작년 4분기에는 2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 53%가량 상승한 52조원, 8조7천억원을 기록했지만, 애플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 '잡스 후광'에만 의지…삼성은 '모방 넘어선 혁신' = 애플의 쇠퇴는 '혁신의 상징'이던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사명하면서 급격히 진행됐다.

실제로 애플은 작년 9월 잡스 사후 첫 아이폰 후속 모델인 '아이폰 5'를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더는 잡스 시절의 '놀라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작에 비해 달라진 것은 '길이'밖에 없다는 냉소가 나올 정도로 시장의 평가는 혹독했고, 소비자들은 애플에 대한 기대감을 접기 시작했다.

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고 있음에도 신제품을 1년여 만에 1번만 출시하면서 더는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시작으로 매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사양과 기능을 갖춘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았고, 이와 동시에 '갤럭시 노트'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기종을 내놓아 시장을 스스로 확장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매년 하나의 모델만 출시해 단조로움을 보였지만, 삼성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선택폭을 확대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애플을 추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품의 자체조달도 한몫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모듈, 배터리 등을 자체 사업부와 계열사로부터 공급받아 부품 자체조달률이 60%를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제품 개발과 부품 공급을 애플보다 더욱 적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애플은 삼성전자와 제품 경쟁에서 뒤지자 연구개발보다는 특허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시끄러운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에 '카피캣'(모방자)'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별다른 소득을 내지 못한 채 '옹졸한 1인자'의 이미지만 얻었고, 오히려 삼성전자는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업체'라는 광고 효과를 얻게 됐다.

이 때문에 유력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도 "애플은 마법이 사라지자 소송을 시작했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잡스 사후에 영역 지키기에만 몰두했지만, 삼성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애플을 앞질렀다"며 "이제는 삼성이 시장주도자로서 혁신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지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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