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대규모 인사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금융권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임원 인사는 투서와 음해가 난무해 지연되고 있다. 신임 회장 선출이 임박한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벌써 '줄대기'와 '편 가르기'가 극심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산하기관인 금감원 후속 인사와 관련해 "먹고살 만한 분들인데 너무 인사에 민감한 건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감독원뿐만 아니라 금융사 전체가 너무 민감한 것 같다"며 "금융이 국민에 빚을 많이 졌다. 공적자금 168조원 들여서 살렸으면 자기나 조직 생각하는 것보다는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 인사는 임원 후보군에 대한 투서와 음해가 난무하면서 금융위가 제동을 건 데 따라 지연됐다. 금감원은 현재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임원 9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해 인사이동이 급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금감원 임원 인사가 과열될 조짐을 보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임원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팔성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우리금융은 2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인선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벌써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가 수두룩하다.

내부 출신으로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에서는 전광우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KB금융도 'MB맨'(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람들)인 어윤대 회장이 연임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차기 회장 자리 각축전이 치열하다. 진동수 전 위원장과 민유성 전 산은금융 회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회장이 새로 선출된 후 임원 물갈이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금융지주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내부 출신인 이덕훈 대표와 이종휘 위원장, 이순우 행장이 유력 후보군에 오르면서 임원들이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조직으로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임원 인사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위원장과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행장이 후보에 오르면서 '세몰이' 양상이 가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덕훈 대표도 우리은행장을 지낸 바 있어 '과거 누구와 친했다더라', '사이가 안 좋았다더라' 식으로 그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무성한 상태다"고 했다.

KB금융도 사정이 비슷하다. 회장과 행장이 한꺼번에 바뀌는 데다 주요 임원이 회장과 사장, 행장 후보에 일제히 오르면서 `편 가르기'가 극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관심사가 일보다는 온통 인사에 집중돼 있다"며 "금융위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후계자 양성안을 뚜렷하게 정립해 잘못된 인사 관행을 근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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