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개월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했지만, 예전보다는 다소 조용하게 활동하는 모습이다. 대신 이재용 부회장이 주요 대외활동을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2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쯤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했다. 지난 16일 5개월 만에 출근하고 나서 두 번째로 서초사옥을 찾은 것이다.

이 회장은 '출근경영'을 재개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졌다.

우선 출근 횟수가 줄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4월 21일부터 서초사옥으로 나오기 시작한 후 해외 출장 등 특이 일정이 없는 이상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정기적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 번만 서초사옥을 찾고 있다.

또, 시간 또한 상당히 늦춰졌다.

이 회장은 작년 중순까지는 주로 7시경에 출근했고, 그 이후에는 출근시간을 더욱 앞당겨 6시에 출근하는 때도 잦았다. 그러나 요즘 출근 시간은 8시 이후로 늦춰졌다. 실제로 23일에는 8시경에 출근했고 지난 16일에도 8시 40분경 서초사옥에 들어섰다.

특히 이 회장은 올 초부터 3개월간 해외에 체류하며 휴식과 경영구상을 병행하고, 귀국 후에도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용히 출퇴근해 공개석상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로비를 통해 출퇴근하며 언론을 상대로 간단한 발언도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처럼 이 회장이 다소 조용하게 경영 현안을 챙기는 대신, 이재용 부회장이 대신 공개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초 사옥을 찾은 빌 게이츠와 만찬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만찬 후 로비까지 나와 빌 게이츠를 배웅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일본을 방문해 현지 고객사들과 '신춘 인사회'를 가졌다.

17일에는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 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도 만났고, 그 전일에는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딕슨(Dixons)의 세바스찬 제임스 대표와도 면담했다.

또, 지난 6일부터 8일까지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아시아권 정ㆍ재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ㆍ혁신ㆍ디지털 경제 장관도 만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추세로 봐서는 이 회장이 경영구상에 더 몰두하고 대외활동에는 이 부회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장님과 부회장님은 예전부터 해오던 역할을 변함없이 하고 있을 뿐 별반 달라진 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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