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원이 지연되는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월 안에 모든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계획과 달리 각종 음해성 투서와 `줄대기'로 인사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 상위 기관을 통한 인사 청탁설은 금감원 조직의 독립성과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누가 임원으로 올지, 내 자리가 어디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새 업무를 벌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무는 미뤄지고 직원들은 불안하다.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다.

이에 최 원장이 칼을 빼들었다.

그는 최근 임원들에게 국ㆍ실장과 팀장급 중 `보직해임' 대상자를 배수로 꼽으라고 지시했다.

무능력자를 걸러내고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이는 임원들에게 해당 분야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하다. 원장 독단으로 보직해임 대상자를 선택하진 않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본부별로 `부적격자'를 축출하는 작업에 대해 유례없는 일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같이 일하는 직원 중에 아웃될 사람을 꼽아 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냐"며 "금감원 인사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임원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래 직원을 골라내는 작업부터 한다면 직원들도 조직이나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장이 인사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강력한 책임자 문책과 조직 쇄신을 단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직 정비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옹호론도 제기된다.

금감원 또 다른 관계자는 "형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인사 전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로, 뒤숭숭해진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원들이 선정한 대상자가 실제로 인사 대상이 될지는 추가 검토 후에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일부 직원들 때문에 금감원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새 원장이 업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인사를 통해 강력한 조직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언급했다.

최 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 인사에 외압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 인사는 원장 고유의 권한으로 책임지고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청와대의) 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순수하게 능력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감안해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인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임원부터 국장, 팀장까지 `원샷'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큰 이번 인사가 결과적으로 금감원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산업증권부 신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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