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스마트폰 혁명을 이끌었던 애플이 심상치 않다. 애플은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10년 만에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1분기 순이익은 9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가량 줄었다.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이익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다. 애플의 사운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의 혁신동력이 멈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와 함께 애플 신화의 신비로움은 사라지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마음 상한 월가의 투자자를 달래려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 회사채 발행 등 온갖 대안을 내놨으나 오히려 월가로부터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훈수를 듣고 있다. 애플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경쟁자들은 바짝 뒤쫓아왔지만 애플은 이를 따돌릴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 운영체제(iOS)를 구글(안드로이드)도 만들어 내면서 업계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아이폰 5는 길이만 길어졌을 뿐 혁신적인 변화가 없고 갤럭시탭에 대항해 만든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의 이익률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애플을 이끄는 팀 쿡은 9월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제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치진 않는다.

애플의 부진은 잡스의 사망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포스트 잡스 시대에 애플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집단지도체제는 와해국면에 들어갔다. '아이폰의 심장' iOS를 개발한 스콧 포스톨과 애플 스토어를 담당한 존 브로윗은 작년에 회사를 떠났다. 혁명가형 보스인 잡스의 원맨쇼로 유지됐던 애플의 기업 문화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셈이다.

애덤 라신스키는 작년 5월 출간한 그의 저서 『인사이드 애플』에서 "애플 제품은 더이상 사람들을 기쁘게 하지 못할 것이다. 고위 경영진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날 것이다. 애플은 수많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 문제들이 잘 해결되는지 역시 애플을 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세간의 비판을 이겨내고 반전의 계기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애플의 멈칫거림은 경쟁자인 삼성에 기회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신하겠다고 했다. 애플의 뒤를 따라가는 데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은 구글 없이 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하드웨어(그릇)를 만드는 회사라면 구글은 소프트웨어(내용물)를 만드는 회사다. 앞으로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삼성의 경쟁이 아니라, 애플과 구글의 경쟁이 될지 모른다.

삼성과 구글은 최근 몇 달간 불화설에 휩싸였다.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구글이 휴대전화를 자체 제작할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1년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해 스마트폰을 제작할 환경을 마련했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와 스마트워치 등 차세대 스마트 기기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페이지가 찾은 곳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차세대 IT 먹거리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다. OLED는 안경과 시계형태의 정보기기에 적합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만남이 구글과 삼성의 갈등설을 잠재우고 강한 협력체제를 만들지 관심을 끈다. 퍼스트 무버로서의 삼성이 업계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어떤 행보를 걸을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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