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은행 금융지주 계열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수수료를 과도하게 계열 은행에 몰아주면서 정작 자사의 건전성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보사 가운데 은행 중심 금융지주의 계열사는 농협생명과 신한생명, KDB생명, 우리아비바생명, 하나HSBC생명, KB생명, IBK연금보험 등 7개사다.

이중 농협생명과 하나HSBC생명, KB생명, IBK연금보험 등 4곳은 방카슈랑스 영업 비중이 50% 안팎 수준에서 80%에 달할 정도로 크다. 신한생명은 판매채널 다각화를 통해, KDB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은 금융지주 편입 이전 일반 보험사로 자리를 잡아 상대적으로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낮다.

문제는 방카슈랑스 영업 비중이 큰 보험사 중 일부가 자기체력 이상의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를 계열 은행 등 은행권에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HSBC생명은 2012 회계연도 1~3분기(4~12월)에 1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하나HSBC생명은 이런 와중에도 82억원을 방카슈랑스 수수료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KB생명은 68억원의 당기순익을 냈지만, 방카슈랑스 수수료 지급액은 당기순익의 4배가 넘는 289억원에 달했다.

IBK연금보험은 작년 1~3분기 중 14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기업은행에 지급한 방카슈랑스 수수료 총액은 127억원으로 당기순익에 필적하는 규모였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4월~12월 당기순익은 984억원 규모였다. 농협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70~80%에 달해 수수료 지급액도 상당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과도한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이들 생보사의 건전성을 저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현재 KB생명의 위험기준자기자본(RBC)비율은 158%로 집계됐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그간 150%가 당국의 권고 수준으로 알려져 왔지만,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 저금리ㆍ저성장 위험에 주목해 해당 비율을 200% 이상으로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업계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일부 생보사들은 증자를 단행하거나 증자를 추진해 왔다. 농협생명과 하나HSBC생명은 이미 증자를 단행했고, KB생명은 증자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계열 은행의 살만 찌우는 노예로 전락했다"며 "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채널과 성장전략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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