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점장요? 말도 마세요. 부행장이 뛰어도 될까말까입니다."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가 새 정부 핵심 과제가 되면서 중소기업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새 정부 코드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에 나서면서 과거 손을 벌려야 했던 일부 중소기업의 '을' 신세는 '갑' 신세로 뒤바뀌고 있다.

돈을 떼일 위험이 적은 우량기업일수록 그 콧대는 남다르게 높아진다.

A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거래를 트기 위해 직원이 찾아가면 '다른 은행은 부행장급이 왔다'며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지점장은 명함도 못 꺼낸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이 주 고객이었던 저축은행이 고스란히 불똥을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편중 규제로 은행이 새로운 고객군 발굴에 나서면서 저축은행 고객까지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낼 정도의 중소기업이라면 사업을 꾸려나갈 능력은 검증됐다는 얘기니 무조건 고객으로 모셔오라는 은행의 최근 영업 방침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들은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 영업점별로 대출 할당량을 내리거나 역마진 대출도 불사하고 있다. 내점 고객 감소로 일반 영업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산업단지 지역의 점포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건전성 유지와 '가시 뽑기' 과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적절한 중소기업을 찾기 위한 은행의 고민은 앞으로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몸값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과열된 중소기업 지원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경기둔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나 제품 생산으로 연명하는 부실 중소기업의 '생명연장'을 무작정 지원하다보면 대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새 정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있었다. B은행 관계자는 "어떤 분야의, 어떤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차라리 당국이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69조6천억원으로 1분기에 8조4천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0조1천억원으로 3조5천억원 증가에 그쳤다. (산업증권부 문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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