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으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을 분리해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우리금융을 통째로 파는 것보다 계열사를 분리매각하는 것이 민영화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에 특정사업 부분 분사(스핀 오프)를 허용하면서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이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금융을 분리해서 매각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흥석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초 각각 경남과 광주은행을 지역에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1월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남은행 분리 매각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으로, 아마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은행 분리 매각은 새누리당 경남도 선대위가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경남은행이 분리매각되면 경남지역 경제인들의 자금 투자와 함께 경상도 지방을 영업기반으로 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인수에 관심을 가능성이 크다.

박흥석 회장 역시 한 인터뷰에서 "광주은행의 지역자본 인수는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며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광주은행이 지역사회에 환원될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실도 우리금융 매각 규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지방은행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남과 광주은행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2010년 분리 매각을 추진한 결과 지방은행 병행매각은 절차가 복잡하고 일부 자산이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일괄매각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매각 원칙에도 맞는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입장은 민영화 추진 속도를 강조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새로 오면서 바뀔 수 있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금 안 되면 5년 또 기다려야 할 것이며 제 직을 걸고 하겠다"고 말했다. 민영화 동력이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해 성공하는 듯했으나,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정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데 따라 유력 인수 후보였던 KB금융지주가 부담을 느끼며 무산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위가 분야별 역량을 강화한 특화 증권사의 스핀 오프를 허용한 것이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간 인수합병 매력이 크지 않은 영업환경에서 스핀 오프 허용은 일부 민영화가 진행 중인 금융기관의 매각 방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우리투자증권의 민영화 방침에 영향을 줄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은 사업부문별 분리 매각으로 매각 가격을 극대화할 방안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함께 다음 달 말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내놓는다.

최근 2년간 우리금융 일괄매각을 고수했으나 올해는 지분 분산매각과 자회사 분리매각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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