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중국어 능통자는 꽤 있는데 일본어 잘하는 선수들은 찾기 어려워요. 외국계 증권사에 있는 '일어 좀 한다는' 선수들은 요즘 한창 몸값 올리기 좋은 때죠."

한 자문사 대표가 일본 시장에 대한 조언을 구하러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대신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 애널리스트와 전화 연결이 온종일 어려울 거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일본 증시가 급등하자 일본어 능통자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연초 이후 닛케이지수가 30% 넘는 급등세를 보이자 일본 시장을 커버하던 여의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대표적 '수혜주'가 됐다.

최근 일본어를 잘하는 선수들에겐 일본 시장분석과 종목분석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PT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소니나 샤프, 도요타 등 그동안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유니버스에서 제외됐던 개별종목들이 다시 커버리지에 포함되기 시작해서다.

그간 여의도 선수들에게 영어 이외의 제 2외국어는 단연 중국어였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중국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추후 가장 먼저 공략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도 중국을 손꼽았기 때문이다. 몸값을 올리고 싶은 여의도 증권맨들은, 그래서 틈틈이 중국어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여의도에서 일본어에 능통한 인력을 보유한 곳은 외국계 증권사나 운용사가 대부분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만 해도 리서치센터에서 해외 시장을 커버하지만 기술적 분석이나 투자전략일 뿐, 일본 시장을 직접 방문해 종목을 발굴하거나 해석하진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소형사는 물론 대형사조차 리서치센터에서 제대로 일본 시장을 커버하긴 역부족"이라며 "외국계 증권사에 몸담은 일부 인력들만이 일본 개별종목에 대한 상황을 선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베노믹스 아래 당분간 엔저 현상과 일본 증시 급등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의도 일본어 능통자들의 몸값은 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해외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일본에 대한 스터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요즘 들어 뒤늦게 이제라도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귀띔했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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