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일본 국채(JGB)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일본은행(BOJ)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 BOJ가 금리를 낮추고 투자를 늘리기 위해 최근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나 국채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일본의 10년물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리는 0.105%P 오른 0.8%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최고치이고 BOJ가 새로운 통화완화 프로그램을 발표하기 전 수준이다.

딜러들은 우선 일본 국채 가격이 하락한 이유로 미국 경제회복세가 강해진 것을 꼽았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조짐이 보이면서 뉴욕증시가 힘을 받았고 미 국채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본국채 금리가 상승한 또 다른 이유는 BOJ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BOJ는 매달 7조엔 이상의 국채를 사들이는데 이는 새롭게 발행한 국채의 약 70%에 달하는 것이다.

BOJ의 애초 목표는 국채매입을 통해 금리를 낮추려는 것이지만 BOJ는 발행된 국채의 대부분을 사들이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참여할 여지가 줄어든다.

시장 일각에서는 BOJ를 "연못 안의 고래(whale in the pon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동성이 적은 상황에서 소수가 움직이면 국채 가격 변동폭이 커진다.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타마루 마나부 선임 투자매니저는 "유동성이 줄어들어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하다고 간주되던 일본 국채투자에 대한 위험이 생겼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BOJ의 통화완화 프로그램 아래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자들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이날 일본의 오부치 유코 재무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채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리가 오르자 일부 상업은행들은 이미 지난주에 개인과 기업들에 부과하는 대출금리를 높였다.

도키오 마린 자산운용의 사토 히로키 픽스트인컴 부문 대표는 "BOJ가 금리를 낮출 여지가 작다"고 평가하면서 국채 금리가 올해 하반기에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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