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수요라운지> 증권업계 `갑'과 '을'
<김경훈의 수요라운지> 증권업계 `갑'과 '을'
  • 승인 2013.05.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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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모든 경제활동은 상호간 재화와 서비스를 교류한다. 이 관계는 양자 모두에게 유무형의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성립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칼자루를 쥔 쪽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인지 종종 이 관계에서 부조리하거나 무리한 관계설정이나 활동이 형성되곤 한다.

최근 불거져나온 서비스업종과 유통업계에서 나타난 `갑'과 `을'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증권.금융업계는 어떨지 곱씹어보게 된다.

각종 금융상품과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이곳은 매도측과 매수측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어느 곳보다 심한 곳이다. 금융상품을 매도하는 자는 상품가격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는 판매자의 수익과 직결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금융기관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갑과 을의 관계가 복잡해지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다.

◇사례 1. 증권사 영업담당과 기관 매니저

주식 주문을 받는 증권회사와 주문을 주는 기관투자가(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사이에 갑을 관계가 대표적이다. 가격 경쟁력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어느 증권사가 어느 매니저에게 주문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증권회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대다수 증권사의 법인영업 직원들은 기관 매니저에게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 수시로 접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프와 술접대가 대표적이다. 이런 관행 탓에 과당경쟁과 수수료 인하로 인한 증권사 수익감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히 기관 매니저가 주문을 잘못 냈을 경우나 주문실행 후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증권회사에 안기고 나중에 수수료로 보전해준다고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는 심각한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오죽하면 `20%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나. 증권사 영업직원이 받은 수수료 금액의 20%는 접대를 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행"이라면서 "증권사에 계약직 영업직원이 많다 보니 집중적으로 브로커에게 주문을 주고 그 인센티브의 일정부분을 리베이트로 현금으로 받아가는 사례는 공공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사례 2. 채권중개시장

채권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개의 대부분이 장외거래를 통해 이뤄지는데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이뤄지는 체결가격은 대부분은 같아서 경쟁력은 바로 영업력, 즉 접대 강도나 시황을 잘 분석해주는 애널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채권시장 한 브로커(중개인)는 "채권 체결가격 형성에 제일 중요한 변수는 브로커와 해당 매니저의 친분이다. 채권시장은 체결후 손실이 발생하거나 포지션 한도가 넘어갔을 경우엔 포지션을 취하지 않고 거래증권사에 파킹 형태로 포지션을 보관하게 한다"며 "결국 자기가 매수를 했지만 포지션을 외부로 돌리다가 적정한 시점에 팔거나 다시 되가져가는 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게 만약 시장과 반대반향으로 크게 움직이는 경우 엄청난 손실을 회사엔 노출시키지 않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금융상품(수익증권) 영업 과정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예컨대 기관은 시장수익률이 3%인데 증권사의 RP(환매채)나 수익증권 수익률로 3.5%를 요구해 증권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나더라도 장기적인 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수하고 넘어간다는 게 그의 얘기다.

◇사례 3. 회사채 발행시장과 기업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과 이를 주관하는 증권사는 완벽한 갑을 관계의 또 다른 예다.

`갑'인 기업입장에서는 발행금리를 최대한 낮추려 하고, `을'인 증권사는 주관업무를 따내려고 최대한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을 맞춰주려고 한다는 데서 이들의 관계는 출발한다.

만일 회사채를 인수하려고 타진하던 기관들이 불만을 느끼고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아 미매각 사태가 벌어지면 증권사들은 그 물량을 다 떠안아주는 게 관행이다.

일부 우량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발행하려는 회사채가 미매각 되더라도 발행금리 이상으로 팔지 못하도록 증권사들을 압박한다. 실제로 작년말 한 대형건설사가 이러한 행태를 보였다가 증권업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는 평판 관리 수단이기는 하지만 증권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후일 그 회사로부터 주관업무를 주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 대기업이 실제로 이런 이유로 주관사를 보복한 경우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대형 증권사가 대기업의 미매각 회사채 물량을 떠안았다가 수수료를 녹여서 팔았는데, 해당 대기업에서 증권사가 속한 은행의 예금을 다 빼간 사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기업 인수전이 펼쳐질 때 상대측 업무를 봐줬다는 이유로 거래가 끊긴 정도는 시장경쟁에서 어쩔 수 없다고 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극히 일부이지만 몇가지 사례들을 통해 증권.금융업계 내부에는 분명 `갑'과 `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호 맞바꾸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관계가 끊기지 않고, 불법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게 업계 관행이다.

하지만 이런 관례들의 최종 피해자는 일반 투자자요 소비자이고, 그들에게 서비스 가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사례 4. 접대의 종류들

`을'이 `갑'에게 제공하는 것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 업계에서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고,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터부'시된다. 그리고 대부분 사적인 증언과 소문으로만 `누가 누구에게 뭘 해줬다더라', `상납 품목이 뭐였다더라'는 식으로만 난무한다.

예를들어 증권사 브로커가 기관매니저에게 잘 보이려고 자녀 유치원비까지 대줬다든가, 연기금 매니저에게 운용사 영업직원이 매월 술과 골프 접대는 물론 성 접대까지 한다는 식의 소문은 업계에선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모 증권사 직원은 자신이 인센티브로 받은 부분보다 더 많은 접대비용이 들자 상대 회사 담당자에게 밀린 분풀이를 했다던지, `갑'의 각종 경조사에 동원돼 적지 않은 비용을 썼다는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들이 부조리한 것은 맞지만 `을'의 영업방식이기 때문에 외려 이런 것들이 공론화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을'이다"고 말했다.

나라 전체가 '갑과 을' 논쟁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어느 곳보다 논의가 뜨거울 것 같은 증권.금융업계가 오히려 조용한 것은 건 웬일일까.

(산업증권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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