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3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국채(JGB)는 17 베이시스포인트(bp)나 날뛰는 격랑에 휩싸였다.

JGB 10년물 수익률의 경우 지난 5월9일 0.5963%였다가 23일에는 0.9813%로 수직으로 치솟았다. 이번 주 들어 급변동성이 다소 제어되는 모습이지만, JGB는 지난 20여 일 만에 무려 40bp가량이 폭등하는 등 가히 충격적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이런 가격 요동은 쉽게 비유해 며칠 만에 600원대에서 1,000원으로 폭등했다가 800원대로 조정받는 정도의 진폭으로 출렁거린 것이다.

명색이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채권 값이 단기간에 이런 눈알이 핑핑 돌아가는 '롤러코스트'를 탄다는 사실은 '모든 시세(Price)는 결코 심심해서 그냥 움직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격언을 참작하면 반드시 후과(後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큰 변동성이 이유가 당장은 설명되지 않더라도 근저에는 그만한 크기의 '괴물 같은 원인'이 잠재되어 있고, 이는 언젠가는 다양한 경로로 충격파를 던져주기 마련이다.

대체로 시장은 이번 급등락의 큰 이유가 그동안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일치된 기대감을 보냈던 '컨센서스'에 금이 갈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눈치 빠른 시장참가자들은 일본의 양적완화(QE)가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어 JGB 금리의 상승이 예견되고, 결국 일본 재정적자가 더 커져 더 큰 파탄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국채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져도 경기회복을 통한 세수 증대 등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시장은 이에 반신반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채이자 지급의 폭증은 당장 닥칠 현실이지만 경기회복은 시간이 걸리는 일로 양자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예상되면서 연준(Fed)이 QE에서 조금씩 발을 빼려는 초식을 구사하자, 일본이 수개월 뒤에는 홀로 고독하게 QE를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추기는 사안이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호조를 지속하며 4월 내구재 주문 건수가 +3.3%,(예상치 +1.5%)로 큰 폭으로 증가해 하반기 회복세가 지속할 수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당장 외환시장에서 나타났다. 달러-엔이 주중 고점인 102.50엔을 찍은 이래 장중 101엔선을 하향 돌파한 것이 기저에 흐르는 불안 심리를 반증한다. 따라서 이제는 그동안 100엔선 뚫고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던 달러-엔이 다시 100엔을 깨고 다시 내릴지가 관심사다.

강 건너 불구경만 하던 서울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일본 금융시장 발 '야단법석, 낭패(fiasco)'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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