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화생명이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키로 했다.

당초 한화생명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재 속에 대형 거래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를 포기했고 올해도 코웨이 수처리 사업부 인수 본입찰에도 불참한 바 있다.

더군다나 한화생명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M&A 업계는 3일 한화생명이 참여를 선언했음에도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동양생명), 경쟁사인 교보생명과 가격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세무조사보다는 김 회장의 부재를 가장 큰 약점으로 꼽은 것.

한화그룹은 M&A 시장의 또 다른 큰 손인 SK, 롯데, CJ, 두산, 금호아시아나, STX 등과 함께 M&A 시 오너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그룹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M&A에서 오너의 역할을 크다. 인수 대상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오너의 의사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모 그룹에서 M&A 담당 실무자는 타기업 인수 가격 결정을 이렇게 전했다.

"실무진이 정밀실사 결과를 토대로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서류에 연필로 써서 올렸다. 그 위에 회장님이 만년필로 최종 가격을 쓰셨다. 봉해져 있는 서류를 봐서는 안 되지만 실무진 입장에서 열어볼 수밖에 없었는데 실무진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물론, 무리한 M&A는 인수 주체 계열사는 물론이고 그룹 전체에 재무적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와 STX그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일단 인수전에서 오너의 결정은 승패를 좌우한다.

어떤 실무진보다 M&A 경험이 많은 오너는 직접 매물을 실무진에게 '검토해보라'며 던져주기도 한다. 비록 대략적이지만 자금 조달 방법, 인수 후 통합(PMI) 등 인수 전략·전술 밑그림을 그려서 주거나 직접 컨소시엄 참여기관과 자금을 끌어오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CJ그룹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받는 이재현 회장의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물류 M&A 등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CJ그룹은 올해 목표를 '2020년 Great CJ'를 위해 CJ 브랜드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Global CJ'로 세운 바 있다.

IB 관계자는 "공공 M&A에서도 인수 시너지, 신용등급, 사회적 평판, 자기자본 비중 등 여러 평가 요소가 있지만 대부분 가격으로 주인이 결정됐다"며 "이때 최종 가격을 월급쟁이 전문 경영인이 얼마나 지르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오너 회장의 결심이 인수전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라며 "김승연 회장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ING생명 딜에서 한화생명이 제대로 승부를 펼칠지 의문이고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다면 CJ그룹의 해외 확장도 직간접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인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이 거침없는 인수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LG그룹 전체 재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딜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비자금 조성, 역외 탈세 등 오너들을 겨냥한 이슈가 많은데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빠른 수사와 판결 등이 가뜩이나 침체된 M&A 시장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며 "또, 주요 대기업집단은 과도한 오너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지배구조 개선의 기회를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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