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주말 유럽 각지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스페인 마드리드, 포르투갈 리스본과 벨기에 브뤼셀 등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며 각국 정부 지출 삭감이 성장을 억제하고 실업률을 높여 재정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특이했던 점은 긴축을 통한 위기 해법의 중심에 있는 독일에서도 긴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조직된 단체인 '블록큐파이 운동'(Blockupy Movement)가 주도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ECB가 회원국 정부에 긴축을 강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1일 창립 15주년을 맞은 ECB 본부 앞에서뿐만 아니라 도이체방크와 같은 대형 은행 앞에서도 시위에 나섰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작년에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1천명의 참가자를 동원하는 등 앞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커져 질 수 있다. 블록큐파이 운동은 내년에 ECB가 신청사로 입주할 때도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페인과 그리스 젊은이들이 실업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8%에 그쳤다. 독일 경제는 다른 재정 부실국에 비하면 재정 위기에 꽤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도 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것이 독일 당국과 ECB의 자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아직까지 독일의 자세는 ECB보다도 뻣뻣하기만 하다. 독일 출신인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이사는 지난달 금리 결정 때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고 예금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독일 헌법재판소에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에 반대하는 법률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독일 헌재는 ECB의 정책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6월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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