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6월에도 국내 '채권쟁이'들은 골머리를 앓을 것 같다.

국내 채권시장이 글로벌 시장에 점점 깊숙이 편입되면서 국고채중심의 수급과 김중수 총재 입만 쳐다보는 분석에서 벗어나, 전 세계시장이라는 체스판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보는 시야를 확보해야한다.

각 채권 하우스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침 전략 회의에서 글로벌 움직임을 브리핑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채권과 환율, 주식과의 연동이 보다 강력해져 선수 역량도 채권 한 분야보다는 환율, 주식시장을 동시에 꿰뚫는 '전천후형' 전문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살펴야 할 재료는 그만큼 많아지고 불투명성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5월 한 달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004년 이래 월간으로 최악의 채권 시황을 보였다. 미국채(UST), 일본국채(JGB), 독일국채(BUNDS)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린 달이었다. 지난주에는 한국의 국고채(KTB)에도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전 세계적인 저 수익률(low yield) 안전자산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유사성이 나타났다.

각국 시장에서 안전자산의 매도가 이어지는 이유가 UST의 경우는 양적완화(QE)에 대한 속도조절, JGB는 아베노믹스 부작용에 대한 우려, BUNDS는 유로 약세에 따른 재정거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공통으로 미국의 QE가 각국의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기본 판으로 작용했고, 대체 시장인 각국의 주식시장 또한 조정을 받아 채권 값과 주가가 동시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이번 주 국내 채권쟁이들은 6월 미국의 고용지표(현지시각 6월7일 발표예정, 예상실업률 7.5%, 고용창출 175k)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5월 시카고 PMI가 58.7(기대치 50)로 14개월래 최고치 보이며 미국 제조업이 굳건한 견조세를 보이고, 지속적인 경기회복 시그널은 QE의 축소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인식됐다. 여기다 고용지표까지 예상치에 부합되면 5월에 이어 6월에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또 한차례 채권 매도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

채권시장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달러-엔은 지난 주중 고점 102.50엔을 찍고 이번 주 다시 100엔을 깨고 추락했다. 널뛰기 장세 속에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기조가 바뀌는 것인지 99엔대 저항선 공방에서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100엔을 돌파한 것이, 사실은 엔화가 약세를 보인 때문이 아니라 달러 자체의 강세가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여느 다른 선진국보다 경기 회복이 확연하다는 점이 주 요인이라는 얘기다. 미국 처지에서는 달러 강세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대가로 일본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달러 강세가 나쁘지 않다는데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 QE '테이퍼링(Tapering)'이 언제 시작될지에 따라 달러-엔 향방과 각국의 국채 가격이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6월 채권시장도 대외변수의 불안정 속에 하루하루 어려운 파도를 타야 할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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