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이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임 내정자는 KB금융의 첫 관료 출신 회장으로서 외부와의 네트워크가 장점으로 꼽히지만, 내부 소통이 미흡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조직 안정화 우선 과제' = KB금융지주는 그동안 다른 금융회사보다 유난히 외풍에 흔들려왔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장기 비전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됐고, 황영기 전 회장·강정원 전 행장 등 전 수장들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상태다.

임 내정자가 KB금융에 몸담은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내부 출신'이기보다 '외부 출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지주사 사장으로 지낸 지난 3년간 KB금융그룹의 자산과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은행 직원뿐만이 아니라 계열사 직원들과 제대로 소통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며 임 내정자를 내부 인사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임 내정자가 'KB금융그룹'이라는 큰 배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부 소통과 조직 안정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 자주 바뀌다보니 내부 줄서기도 심하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사이의 알력 다툼도 심하다"며 "차기 회장이 이런 내부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리딩뱅크 지위 회복할까 = KB금융이 외풍에 시달리는 동안 턱밑까지 추격해 온 경쟁사와의 격차를 어떻게 벌릴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주요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약 156조원으로 신한(53조원), 우리(75조원)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작년말 기준 각각 257조원, 234조원, 247조원으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작년 기준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잠정치)은 10.73%로 4개 은행 가운데 꼴찌다. 지난 3년간의 주가도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부진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제는 KB금융을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라고 보기 어렵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우리금융과의 합병도 큰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지방은행과 증권사를 매각한 후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 지분을 타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KB금융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재 정부가 그리고 있는 우리금융 매각 방향이 KB금융에 실익이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합병한다 해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조직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내정자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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