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주산 특기생 출신이 농협중앙회의 실질적 수장 자리에 올랐다. 김태영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내정자의 얘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이달 5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를 신임 전무이사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10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전무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의 1인자이기는 하지만, 회장직은 전국 단위조합장이 선출하는 비상임직으로 일상업무에 대한 통솔권은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살림살이는 전무이사의 몫이다.

전무이사는 전체 직원의 임명권을 갖고 있고, 업무상 농협의 아킬레스건인 전산 관련 부문도 총괄한다.

이번 인사가 눈에 띄는 이유는 김 내정자가 농협에서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를 써 왔기 때문이다.

그는 1971년 영남상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주산(수판셈)' 특기생으로 농협에 입사했다. 대학은 입사 후인 1975년에 졸업했다.

1981년 중앙회 금융부 금융계획 과장을 시작으로, 1992년 일본 사무소, 1996년 비서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 수신부장, 2007년 금융기획부장, 2008년 기획실장 등 대부분 신용 사업 쪽에서 일한 '금융통'이다.

김 내정자는 농협대학 출신에 밀리고, 간부 등용문인 교육부문을 거치지 않은 소위 '비주류'로 분류됐지만, 2008년 신용 대표에 취임한 후 2010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농협의 신경분리 과정에서 최원병 회장의 신임을 얻으며 작년 3월 신경분리 당시 초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조직 안팎에선 김 내정자가 '농협'과 '금융'을 두루 아는 만큼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데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중앙회 신용대표로 재직할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외부 활동이 활발했고, 금융권 인맥의 폭도 넓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농협금융지주 설립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신임을 얻었고, 결국 이번에 농협중앙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2인자 자리에 올랐다"며 "금융을 잘 아는 만큼 농협금융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합리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농협의 취약점인 전산부문을 안정화하는 일이다.

농협은 신경분리 후 최장 5년 간 은행, 보험 등 신설 계열사의 IT 시스템을 기존대로 농협중앙회에 위탁 관리할 수 있지만,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IT 시스템의 운영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신설 계열사의 IT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농협경제 대표이사에는 이상욱 중앙회 홍보담당 상무가, 상호금용 대표에는 김정식 교육지원 상무가, 조합감사위원장에는 김사학 NH농협은행 부행장이 각각 내정됐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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