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 경영진은 지난해 12월11일 산업은행을 찾아 STX팬오션의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14.99%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는 산은이 STX팬오션을 사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때부터 '산은, STX팬오션 인수 검토'라는 이슈가 부각하기 시작했다.

산은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았다.

STX그룹 주도의 매각 작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3월말 공개입찰을 실시했으나 응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이때부터 산은은 조심스럽게 인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산은 내부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그래도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으로서 마냥 내버려 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산은은 STX팬오션의 2대 주주였다.

산은 사모펀드부(PE)가 인수하는 것으로 일단 방향을 잡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하고서 예비실사에 들어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4월 말께 1차 보고서가 올라왔다. 역시나였다. 부실이 너무 심각했다.

호황기 일때 체결해 둔 용선계약의 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앞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퍼붓는 격으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결과도 있었다.

사실상 구주가치가 '제로'인 기업을 인수해 돈을 더 집어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산은으로서는 수조원을 날릴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1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처리해야 했다. 회사채 투자자들의 모든 손실을 산은이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내부적으로 '이건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대외적으로 '인수가 어렵다'는 것을 공표하려고 고민도 했다.(연합인포맥스가 5월16일 송고한 "産銀, 'STX팬오션 인수 어렵다' 잠정 결론" 기사 참고)

하지만 금융당국이 막았다.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다 STX그룹 구조조정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산은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해답은 명확했다. 채권 은행의 힘으로 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 등 다른 계열사를 채권단이 공동으로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것 STX팬오션에 도움을 주는 것과는 다르다"며 "STX팬오션은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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