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해운[005880]이 지난 1968년부터 해운업을 해왔고 선박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뛰어나다. 단기적으로 발틱운임지수(BDI)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국내 몇 분야에서 벌크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는 지난 1월 대한해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멘트 업체 경영권과 지분, 공장을 잇달아 인수한 한앤컴퍼니이기에 또 하나의 '역발상 투자' 사례를 만들어내는지는 주목됐다. 그러나 대한해운의 해외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해운사와 채권단은 여전히 제2의 한앤컴퍼니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아니 더 자금력 있는 투자자를 찾고 있다.

단순한 연명 차원이 아닌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신조선박을 발주할 만큼의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10일 해운사와 채권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마치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며 2008년 금융위기로 투자은행(IB)들이 무너질 때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입한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자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만큼 해운업계 상황이 절박하다.

국내 3위 해운사인 STX팬오션[028670]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해 4위인 대한해운과 같은 처지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소 해운선사만 10개가 넘는다.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도 일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투자자를 찾기가 어렵다.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발틱운임지수나 컨테이너운임지수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을 뿐만 아니고 덴마크의 머스크와 같은 해외 대형 해운사보다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운임지수 하락으로 머스크도 선박 발주를 줄이거나 노선을 축소하고 있으나 불황을 견디는 체력을 가졌다. 갈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신조선박을 꾸준히 발주한 덕이다. 운임 결정권도 머스크를 비롯한 해외 대형 해운사가 가지고 있다.

또, 국내 해운사는 중단기적으로 돈 들어갈 곳이 많다.

4대 해운사의 회사채 발행 잔액만 6조원이 넘고 올해 만기만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일부 해운사는 내년 말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선박펀드로부터 배를 되사야 한다. 선박펀드에 출자한 구조조정기금이 내년 말 운용 종료되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배 소유권을 펀드에 넘기고 계속 운영하면서 리스료(용선료)를 내왔던 해운사는 내년에 다시 팔았던 가격에 배를 찾아와야 하는 것.

한진해운이 가장 많은 17척을 선박펀드에 넘겼고, 현대상선 4척, 대한해운 4척, 흥아해운 3척, 동아탱커 3척, 대보인터내셔널쉬핑 1척, 장금마리타임 1척 등이다. 해운사별로 적게는 2천억원대에서 많게는 5천억원대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채권단처럼 채무 연장이나 약간의 자금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셈이다. 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오래된 선박으로 머스크와 같은 대형사와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버핏 같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해운사 관계자는 "대우로지스틱스가 기업재무안정 PEF로부터 투자받아 법정관리에서 탈피했으나 이런 사례가 드물다"며 "미래 경쟁력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보고 과감하게 투자할 곳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B해운사 관계자는 "선박펀드의 경우도 리스료율이 너무 높아 해운사에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이는 정부의 지원이 급한 유동성 메우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덴마크 정부도 머스크에 지급보증을 제공해 노후 선박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해운업을 포기한다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화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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