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돈기를 맞았다. 미국의 출구전략 논란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 등이 맞물리며 주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달러-엔은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를 탔으나 아베노믹스의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말엔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달러-엔의 하락속도는 가팔라졌다.

도쿄증시는 아베노믹스의 실패 우려가 제기되면서 심한 조정을 받고 있다. 최근 닛케이225지수는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해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세계 증시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유럽증시와 미국 증시가 연쇄적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편한 동조화'를 겪고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도 달라졌다. 동남아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에 있던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흐름이다.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지고 유럽이 재정위기에 허덕일 때 이 나라에 투자됐던 자금은 신흥국으로 몰려갔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가 중요 투자대상이었다. 특히 아시아는 안전피난처(Safe Haven)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선진국의 대안투자처로 부상했다. 그러나 유럽의 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미국이 경기회복 궤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자 신흥국에 있던 자금은 도로 빠져나가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의 역류 현상으로 신흥국의 주식, 환율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 최근 4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고 한국과 필리핀에선 2주 연속 순매도를 나타냈다. 인도 루피화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가파른 하락세다.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 주말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의 금융당국은 이러한 자금 역류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브라질(토빈세 폐지)과 인도(외국인 투자제한 완화), 인도네시아(금리인상) 등이 환율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나라다. '선진국 대 선진국' 간 벌어졌던 환율전쟁이 '선진국 대 신흥국'의 대결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신흥국의 이런 대응은 환율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우리나라에도 많은 자극을 준다.

대외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 특성상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는 스스로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책 변화다. 양적완화 축소로 대표되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따라 환율이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 월가의 전문가들도 양적완화의 축소 시기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연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과 연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올해 하반기 최대이슈인 미국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일관된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고, 마켓 플레이어 입장에선 큰 장이 섰다는 뜻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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