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일본 국채(JGB) 시장의 변동성에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태연해 보였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BOJ 실무진이 변동성을 줄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BOJ가 지난 4월 발표한 통화 완화 정책의 부작용으로 JGB 시장 변동성이 갑자기 커졌지만, 고위 당국자들은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발 나아가 BOJ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변동성 안정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19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JGB 시장 담당자들은 지난 3개월 동안 요동치는 국채 금리를 진정시키려고 고군분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로다 총재의 취임과 '양적ㆍ질적 통화 완화 정책' 발표 후 갑자기 주목을 받은 부서는 BOJ 금융시장국의 시장조절과다.

시장조절과는 금융시장조작 내용을 결정하고 시행하며 그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을 조사한다.

이 부서는 그동안 채권시장이 조용했던 데다 통화 완화 조치가 공격적이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서 그동안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4월 이후 36명의 부서원 중 10여 명은 채권 딜러 등 시장참가자들과 연락을 늘리면서 시장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일본계와 외국계 은행 모두 시장조절과의 문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 일본 신탁은행 관계자는 최근 "BOJ 관료들은 아주 필사적으로 보였고, 우리에게 이 상황을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구로다 총재는 JGB 금리 상승에도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장조절과에서는 금리를 끌어내리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작 횟수도 증가했다.

BOJ가 4월 실행한 시장조작은 총 74회로 전월보다 1.5배 증가했다. 5월에는 총 76차례의 시장조작이 있었다.

이는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총재 시절 평균 시장조작 횟수인 50회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시장조절과는 이와 함께 흔치 않은 조치를 썼다.

예를 들면 재무성이 JGB 입찰을 시행하는 날에 매입에 나선다거나, 은행들의 JGB 매수와 보유를 격려하고자 1년짜리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BOJ는 시장참가자들과의 회동 후 시장조작 횟수를 늘리고 회당 매입량을 줄이는 쪽으로 형식을 수정했다. 이는 당국의 매입이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금리는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요동치는 주가와 환율에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기대로 BOJ가 원하는 만큼 하락하지는 않았다.

BOJ가 이달 회의에서 시장 안정조치를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이 아니라 마땅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의 세키도 다카히로 스트래티지스트는 BOJ의 무행동이 "단지 JGB 변동성을 진정시킬만한 수단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BOJ는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JGB 매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해 국채 금리를 낮추고 전반적인 금리 하락을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기로 했다.

그러나 BOJ의 기대와는 달리 JGB 변동성은 갑자기 확대됐고 JGB 금리는 상승했다.

BOJ가 2%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결국 JGB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일부 은행들이 보유한 JGB를 팔면서 국채 가격 급락, 즉 금리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JGB 금리는 4월 통화 완화 정책이 발표된 직후 0.315%까지 밀렸지만, 지난달 23일에는 1.0%까지 상승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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