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중국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장을 주목해야할 것 같다. 중국은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경제부문에선 리커창과 왕치산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당서열 2위)은 중국 경제모델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왕치산(당 서열 6위)은 그를 보좌할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6월 중순부터 불거진 자금시장 경색을 계기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전 정지작업은 정권출범 직후 시작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당국은 왕치산 위원장 주도로 일부 은행 경영진을 붙잡아 조사했다. 자금시장의 부적절한 관행도 집중 조사를 했다. 기율위원회는 당내 사정을 총괄하는 기구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선봉장 역할을 한다. 기율위원장에 금융전문가인 왕치산을 임명한 걸 보면 지도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왕치산은 과거 정부에서 부총리를 맡으며 미중 전략대화 경제부문 협상 파트너를 맡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의 아버지와도 잘 아는 그는 미중 전략대화 때 가이트너와 말이 잘 통했다고 한다.

최근 자금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하고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데도 중국 지도부가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는 거품경제에 낀 고름을 짜내고 건전한 체질로 변화시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정책을 설계한 인물은 리커창 (국무원)총리다.

리커창은 중국 지도부를 대표하는 경제통이다. 베이징대(北京大) 경제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딴 그는 중국 최초의 박사출신 총리다. 랴오닝성(遼寧省)장 시절 기존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통계를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커창지수(克强指數)가 그것이다.

그의 경제모델은 작년에 발표한 '차이나 2030'에 잘 나와 있다. 리커창의 목표는 거품경제의 산물인 부채축소와 은행개혁, 제조업과 금융의 연결,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 등을 통해 내실있는 성장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이를 두고 리커노믹스(Likonomics)라고 이름붙였다. 바클레이즈가 본 리커노믹스의 핵심 세가지는 ▲인위적인 부양정책을 쓰지 않고(No stimulus) ▲호황기때 만연했던 각종 부채를 줄이고(Deleverage)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데(Structural reform) 있다.

리커창의 경제 개혁 정책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그것과 비교된다. 주룽지는 부총리 시절이던 90년대 초반 중국의 국영기업 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13%에 이르던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걸 감수하더라도 제2의 도약을 위해 국영기업의 상호부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당시 그는 기득권층의 필사적인 저항에 직면했다. 주룽지는 이에 맞서 "관을 100개 짜라. 99개는 당신들 것이고 1개는 내 것이다"라며 개혁을 밀어부쳤다. 그의 개혁은 2000년대 들어와서 10%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94년 당시 24%가 넘었던 물가상승률이 97년에 2%대로 낮아진 것도 그의 공이다.

리커창의 개혁 역시 주룽지와 유사한 점이 많다. 당장의 성장을 포기하더라도 경제체질의 변화를 우선한다. 투기적 요소를 제거하고 견실한 성장을 해야 미래의 중국 경제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구조를 바꾸고 은행에서 제조업으로 돈이 돌지 못하는 악습을 뿌리뽑으려 한다. 최근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의도된 개혁 과정중에 나오는 필요악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최근 자금경색 국면을 보고만 있었던 건 리커창의 개혁의지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우샤오촨 행장은 90년대 주룽지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바클레이즈는 중국이 앞으로 분기성장률이 3%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3년간 일시적인 경착륙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노무라는 리커창 경제팀이 다음 대책으로 중소 은행들의 파산을 유도해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잉투자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룽지 시대와 리커창 시대는 닮은 점이 있다. 따라서 시진핑-리커창이 추구하는 모델은 직전 정부인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시대보다 10년전 정부인 장쩌민(江澤民)-주룽지(朱鎔基) 시대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커창의 이름은 강한 것(强)을 이겨낸다(克)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강(强)은 개혁반대 세력을 의미한다. 저항 세력을 물리치고 중국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킨 주룽지처럼 리커창의 개혁이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대중노선(大衆路線)을 표방하며 '인민속으로' 들어가자는 시진핑(習近平)의 성공과도 직접 연결되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라이벌에서 협력자가 된 시진핑과 리커창을 뜻하는 시리주허(習李組合)의 성패는 경제에 달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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