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게 세상 이치다. 최근 채권금리를 봐도 이 법칙은 어김없이 작동한다. 국채선물 기준으로 지난달 19일 이후 나흘 연속 129틱 하락하며 시장은패닉에 빠졌지만 25일부터 나흘 연속 83틱 오르며 되돌림 장세를 연출했다.

금리가 왕복달리기 패턴으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1980년 이후 이어졌던 채권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가격 너무 올랐다…우리나라 채권도 싸지 않다= 워렌 버핏을 비롯한 투자업계의 구루들은 채권이 최악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들어 채권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채권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국의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무차별적으로 몰린 영향이다.

대표적인 분쟁 국가 아프리카 르완다도 올해 4월 연 6.625% 수준에서 10년만기 국채를 4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정크본드 수준의 국가신용도를 가진 나라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치고는 무척 양호한 수준이다. 청약금액이 무려 35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채권가격이 너무 높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이에 앞서 잠비아는 지난해 9월 연 5.375%에 국채 10년물을 7억5천만달러 규모로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청약 수요는 무려 12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너무 과열된 결과다.

우리나라도 채권 가격 과열 양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선보인 국고채 30년물이 연 3.03%에 낙찰됐고 이 물건을 개인 투자자들이 연 2.97%에 가져갔다. 당시에도 채권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이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지난 주말 민평금리인 3.68%로 계산하면 16.5%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국고채 30년물이채권 전성시대를 마감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지목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1994년 채권금리 급등과는 다르게 진행될 것= 94년 경우와 달리 향후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급등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는 94년2월부터 95년2월까지 1년간 정책금리를 300bp나 올렸고 미국 장기금리도 같은 기간 270bp나 급등했다.채권 투자자들은당시 충격에 따른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출구전략을 시사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채권투자자들은 군집행동을 보이며 채권을 던지기 시작했고국내외 채권금리도 단기간에 급등했다.

글로벌 IB들은 이번에는 94년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장 Fed가 자산매입을 축소할 수 있을 정도로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출구전략의 전제조건인 실업률 6.5%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은 아직도 7.5% 언저리의 실업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글로벌 IB 들도 2014년까지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의 미약한 회복을 반영하면서 10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2.5% 수준으로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국내 채권 투자자들도 글로벌 IB의 미국채 수익률 전망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채권금리가 랠리장세를 보이기는 어렵지만현 수준에서 크게 더 오르기도 쉽지 않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인 듯 하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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