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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황희정승에 대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한 여종이 황희정승을 찾아와 “다른 여종과 다투었는데, 사실을 이러저러하니 그 여종을 꾸짖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정승은 “그래 네 말이 옳다”하고 여종을 달래어 보냈다. 잠시 후 그 여종과 다툰 상대방 여종이 “그게 제 잘못이 아니라 이러저러하여 그 여종의 잘못인데 왜 저를 꾸짖으십니까?”라고 항의하자 정승은 “그래, 네 말도 옳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카가 “아니, 숙부님. 시비가 있으면 옳고 그름을 밝혀야지 둘 다 옳다 하시면 어찌합니까?”라고 말하자, 정승은 “그래, 네 말 또한 옳도다” 하였다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무책임의 극치이지만 좋게 해석하면 유연성 혹은 절묘한 처세술이다. 매사 또렷한 주관을 드러내지 않고, ‘너도 옳고, 그도 옳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였기에 황희는 품성이 원만하다는 칭송을 받으며 무려 18년간이나 영의정에 재임할 수 있었을 터.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세상에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서는 며느리 말이 옳다”라는 속담처럼, 입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물의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보자니 참으로 재미있다. 언제는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이라는 뉴스에 주가가 하락하더니(6월13일, IMF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였다), 이번에는 되레 경제성장률이 부진하다는 소식에 시장이 환호작약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도통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체 경제성장률이 부진한 게 호재인가 악재인가?

이럴 때 ‘황희 정승 식’의 해석이 작용한다. 너도 옳고 그도 옳다.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 게다. 호재인지 악재인지는 오로지 시장에서 정하는 법. 그걸 서둘러 자신만의 논리로 해석하고 대응하였다가는 자칫 낭패를 당한다.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황희의 ‘정승 18년’처럼 오랫동안 주식시장에서 살아 남아있으려면 유연성 혹은 절묘한 처세술이 필요하겠다. 물론 그렇게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TV에서 가끔 번지 점프하는 장면을 본다. 그런데 발에다 줄을 묶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바닥으로 곧장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 발에 묶인 줄의 탄력 덕분에 몸은 크게 반등하며 솟구친다. 그게 하이라이트이다. 번지 점프 경험자들의 말로는 그때 제일 짜릿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그건 반등에 불과할 따름. 몸이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반등이 끝나면 결국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1,800선마저 무너뜨리고 거의 수직낙하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지수가 지난주 후반에 극적인 반등 모드를 나타내었다. 하락갭도 순식간에 메우는 양상인지라 이러다가 투자자들이 꿈꾸는 화려한 ‘V자 반등’을 나타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강조하였듯 추세가 기울었으니 이건 어차피 반등에 불과하다. 번지 점프와 같다.

단기적으로 기술적지표들은 좀 호전되었다. 이번 주 초반에도 지난주의 여세를 몰아 지수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겠다. RSI는 바닥에서 매수신호를 나타내면서 돌아섰고 스토캐스틱, MACD 등도 거의 바닥권이다. 아울러 TRIX, 차이킨 오실레이터 등 역시 아래쪽에서 반등세를 보이면서 매수신호를 나타낼까 말까 하는 상황이므로 지수가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단기매수 신호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갭은 메워진다”는 말대로 하락갭이 났던 1,823~1,844 수준으로의 반등은 이미 나타났다. 그러니 잘하면 그 위쪽에서 하락갭이 만들어졌던 1,873~1,883 언저리까지도 반등이 나타날 수 있겠다. 그러나 달리 갭인가? 갭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공백이 있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종종 저항선 혹은 지지선으로 작용한다. 이번은 의당 저항선이 되겠다.

일목균형표의 구름이 얇아졌고, 양운과 음운이 교차하였으니 작금과 같은 변화는 나타날 법도 하였다. 그런데 향후가 문제인데, 이미 변화일을 전후하여 반등도 어느 정도 전개된 상황이니 결국 기존의 추세로 복귀하는 일이 순서일 터. 나는 여전히 추세는 하락세이므로(주간차트를 보라. 주간차트마저 일목균형표가 역전되었다) 반등을 노려 현금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주장한다. 기준선이 걸쳐있는 1,900선이 반등의 목표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동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일까? 서양의 차트 분석가들도 동양식 캔들차트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나름대로 캔들차트 기법을 연구하여 펴낸 책도 꽤 된다. 오히려 그들이 캔들차트의 특성이나 거래방법을 더 잘 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캔들 차트는 시장에서의 힘의 균형을 캔들의 모양, 즉 패턴으로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주가의 방향을 예측한다. 예컨대 장악형, 망치형, 흑삼병형 등이 대표적인 패턴이다.

지난주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당국의 “외환시장 쏠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다짐에도 내내 치솟기만 하던 환율이었으나, 그 막강한 상승세가 마침내 꺾였다. 화요일(6월25일)에 달러-원은 장중 1,163.50원의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그 이후부터 좀 밀리는 기색이다. 그런데 정작 6월25일의 달러-원 움직임이 흥미롭다. 시가 1,160.20원, 종가 1,160.00원으로 시가-종가가 거의 같아서 몸통이 없는 캔들 패턴, 즉 열십자(十)형의 도지(doji)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도지는 전형적인 반전패턴이다.

어차피 시장을 후행할 수밖에 없으나, 달러-원의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지표들도 슬슬 기조가 바뀌고 있다. 전형적인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이 가장 먼저 매도신호를 나타내었고, RSI도 70선을 아래로 하향돌파하였다. 그러나 아직 다른 지표들은 숨을 고르고만 있을 뿐 뚜렷한 매도신호는 아니다. TRIX, 차이킨 오실레이터, CCI 등은 매도신호를 나타낼까 말까하는 정도이지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

오히려 지난주 달러-원의 하락폭이 너무 단기간에 컸으므로 거기에 반발하는 반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어차피 전반적인 추세는 상승세인즉 단기적 신호에 연연하다 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다. 그런데다 볼린저밴드의 경우 달러-원은 위쪽 밴드를 넘어섰다가 최근 밴드 안으로 들어섰다. 위쪽 밴드가 뚫렸다는 것은 ‘표준편차 2배’를 벗어날 만큼 시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의미. 통상 밴드 안으로 들어온 가격은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치면 다시 치솟는 경우가 상례이다.

그러기에 나는 여전히 달러-원이 밀릴 때마다 매수하는, ‘바이 온 딥’ 전략을 주장한다. 1,140원대 언저리 혹은 그 이하일수록 매수하면 행복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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