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방위적인 정부의 규제와 관련된 논란은 여의도 증권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무한경쟁 시장의 총량적 비효율성을 제어하려는 당국과 규제에 따른 불황을 호소하는 증권업계간 논란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만큼 깊어가는 양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은 업황을 살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지난 5월에 내놓은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방안'에선 동일계열 복수 증권사 설립 허용을 비롯해 개인 주식매입자금 대출에 대한 잔액규제 폐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 완화 등으로 해법의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증권업계가 가지고 있는 당국에 대한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당국의 규제가 여전히 불편하단 것이다. 대표적으로 NCR 기준이 그렇다. 한 대형사 임원은 "NCR을 증권사 버전 BIS 비율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특히 운용업계의 불만은 높다. 운용사들에게 NCR 비율을 규제하거나 완화하는 것 자체가 자율적인 업계 구조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NCR을 맞추기 위해 부실한 영업실적을 올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근근이 수치를 맞추는 바람에 포화상태인 운용사들의 구조조정도 여의치 않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두번째는, 규제를 풀면 자연 도태될 증권사와 운용사가 많을 텐데, 당국의 규제로 인해 자체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증권사가 60여개, 운용사가 80여개인데, 증권업계는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은 입을 피해가 없다"고 역설한다. 은행과는 달리 증권운용사가 폐업하더라도 인수합병하는 회사가 고객의 계좌를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수합병을 통해 부실한 기업은 경쟁력있는 회사로 합해지면서 자연스레 포화 상태인 증권사 숫자가 조정된다는 취지다.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정부 규제도 그렇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자기운용펀드 투자시 유의사항'에선 자산운용사들이 자기자본 50% 한도 내에서 인덱스펀드와 재간접펀드,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할 수 있게 했지만 공모형 주식형 펀드에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는 여전히 막혔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당국의 대책들이 증권업황을 부양하기에 부족하다면서도 구조조정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표된 회사채 시장 대책도 그렇다. 신용 저등급 회사채에 대한 펀드 편입 제한을 완화하긴 했지만 업계가 원하는 자전거래 허용은 누락됐다.

이러한 증권당국의 규제 완화나 조정은 증권업게의 경쟁력이나 자율조정을 막는 것이라는 게 감독정책을 반발하는 측의 주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영업중인 증권사와 운용사가 140개가 넘는다는 것은 국산 자동차 제조사가 몇십개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며, 당국이 오히려 자율적인 조정을 막는 규제나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득, 최근 시내 허름한 선술집에서 나눴던 `관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당국자들과의 담론이 생각났다. `관치'의 의미가 업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더라도 정부 개입의 신중함이 절실한 시기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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