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미리 알았던 건가 vs 오비이락(烏飛梨落

)인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외국인의 선물 매매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외국인의 매매를 볼 때 김 위원장 사망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과 유럽 리스크에 대비했는데 우연찮게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날 외국인은 장이 시작하자마자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팔자'에 나섰다. 오전 9시10분께 매도규모가 1천계약을 넘더니 9시30분에는 2천계약을 넘겼다. 10시가 되면서 3천계약, 10시30분 4천계약, 11시에는 5천계약을 차례로 넘어섰다.

조선중앙방송의 사망 발표가 있던 정오경 6천계약에 육박했다.

발표 전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들이 빠르게 선물 매도를 늘려가자 `뭔가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이런 의심의 배경에는 이날 매매동향만 있는 게 아니다.

외국인은 12월 동시만기일에 향후 하락 리스크에 대비하는 매도 롤오버를 평소의 4분의 1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우리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만기 이후 바로 1만4천계약을 순매도했다.

다시 평상시 수준까지 매수 포지션을 줄이자, `뭔가 나올 것 같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그런 와중에, 이날 베이시스를 훼손시켜서까지 외국인은 선물 순매도에 나섰고,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12시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17일 8시30분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다가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서거하셨다"고 전했다.

사망 시점이 좀 된데다 일부 메신저를 통해 김정일 사망설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9.11 테러' 때와 같은 외국인의 선물 선행매매에 음모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악재가 터지자 외국인은 빠르게 팔았던 선물을 되사고 있다.

오후 1시11분 현재 2천664계약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낙폭을 점차 키우는 것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넘지 않는 등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보는 한국증시라 외국인이 보는 한국증시가 다르다는 의미"라며 "한국만 너무 오버한다, 너무 떨어진 거 아니냐는 판단에 따라 되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외국인의 이상매매에 의심이 갈 법도 하지만, 유럽 신용등급 하락 등에 대비했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은 `오비이락'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 예로 오늘 아침에는 남북경협 수혜주가 각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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