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이은 한국거래소의 어처구니 없는 전산장애로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15일과 16일 새벽에 각각 터진 거래소의 지수전송 지연과 거래정지 사태는 비록 일시적인 장애라고는 하지만 국가적인 경제·금융 시세의 존재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환기시켜 준다.

장맛비로 도로가 침수되고 하천과 기반시설이 유실되면 국민 생활에 불편을 겪듯, 주식시장의 시세 송출 장애는 자본시장의 기능의 마비와 경제 전체의 지장을 초래한다.

`경제 데이터'가 국가권력의 한 축이자 필수불가결한 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점은 이미 역사적인 사실이다.

영국 런던이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식시장의 데이터의 힘 덕분이었다. 런던증권거래소(LSE)를 통해 축적된 시세정보는 통신사인 로이터를 통해 전 세계로 공급됐다.

로이터는 1851년 런던증시의 주가를 알려주는 미디어의 역할을 기반으로 출발해 대영제국의 비공식적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국가의 성장과 궤를 함께 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주식시세와 선물가격, 환율과 경제지표들의 집계와 전달을 통해 영국이 금융중심지가 되고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에 일등공신이었다. 비즈니스 고객의 상업정보 수요가 늘면서 로이터의 영향력은 확고해졌고 이는 영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 증대에 중요한 무기가 됐다.

미국도 비슷하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된 데의 한 축은 금융의 발달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축적한 부의 상징이다. 미국 역시 로이터에 대항마인 AP다우존스와 블룸버그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데이터를 전파했다.

주식정보 뿐 아니라 경제금융정보 전체로 확장해보면 이 분야가 국가적 차원의 사안이라는 것은 더욱 명확하다. 로이터의 성장은 대영제국의 성장과 운명을 같이했고, 미국도 AP와 블룸버그를 통해 경제권력을 차지했다.

거래 시세 정보를 축적하고 가공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국가적 재산이고 국제경쟁력의 한 축이다.'데이타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인 셈이다.

얼마전 리보(Libor)금리 조작 파문으로 영국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리보 금리산정 권한을 뉴욕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백년 이상 누려온 시세정보 대국 영국의 자존심은 무참히 무너졌다. 금융 데이터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거래소 시세중단 사태는 따라서 국내에서만 벌어진 작은 사고 차원이 아니라 국가를 지탱하는 인프라인 금융정보의 중요성을 각인케 한다.

거래소는 줄곧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주장한다. 정부의 관리를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전을 해야 해외 거래소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의 중추 부문인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리, 장기적 미래전략 수립 역시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래소가 주장하는 공공기관 자격의 해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도 되물어볼 일이다.

아울러 증권과 금융관련 데이터, 그리고 관련된 정보와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국가 전략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거래소 전산 마비 사태로 새롭게 부각됐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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