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불신의 시대" 맞은 유럽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불신의 시대" 맞은 유럽
  • 승인 2012.02.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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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장면1= 그리스 총리와 정치지도자들은 지난 10일 2차 구제금융의 선결 요건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재정긴축안과 임금삭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포함된 조건이 담겨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이제 걷히는 듯했다. 그러나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세 정당 중 하나가 돌연 몽니를 부렸다. 라오스(LAOS)가 구제금융 조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교통부 장관과 무역해양부 차관, 농림부 차관 등 라오스 몫으로 배정된 각료들은 사퇴했다.



장면2 =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 자금을 조건부로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구제 자금을 단번에 집행하지 않고 에스크로 계좌(특별계정)에 묶어두자는 아이디어다. 그리스가 재정긴축을 이행하는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나서 구제자금을 주겠다는 뜻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이 제안은 유럽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모임인 유로그룹의 장 클로드 융커 의장도 지지의사를 밝혔다. 식언을 밥 먹듯이 하는 그리스에 대한 유럽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한다. 그리스는 특별계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장면 3= 독일에서는 정책당국자들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그리스를 처리하는 방법에 이견이 있다고 디 벨트지가 보도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키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메르켈 총리는 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독일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총리와 재무장관 사이에 이견은 없고 오히려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따지고 보면 독일 행정부의 불협화음은 악명높은 그리스의 불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스의 방종에 독일 정부의 인내심도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말 내내 국제금융시장은 그리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변덕스러운 상황 때문이다.

유럽의 현재 분위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신'이다. 유로존은 그리스를 믿지 못하고 그리스는 내부에서조차 서로 믿지 못한다. 그리스 노동계는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사회를 격랑으로 몰고 갔다. 재정긴축안에 반대하는 그리스 시위대는 의회 앞을 비롯한 도심곳곳에서 극렬시위를 벌였다.

그리스와 유럽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내부에 뿌리깊이 박힌 불신과 복잡한 정치ㆍ사회적 환경 때문이다. 그리스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해도 첩첩산중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12일부터 15일까지 계속되는 유로그룹의 까다로운 구제금융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설령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로 계속 협상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례처럼 옥신각신하는 과정에 재연될 게 뻔하다. 이런 작업을 계속하느니 차라리 그리스를 퇴출해 고름을 제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파국은 공멸이다. 이 때문에 시장은 그리스 문제가 파국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부에 퍼진 불신은 낙관적 전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럽 문제는 예단해서도 안 되고 속단해서도 안 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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