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올해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국내서 보기 어려워졌다. 해외에서 경영구상 중이라지만, 뚜렷한 일정과 설명도 없어 세간의 궁금증은 깊어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올해 국내에 머문 기간은 총 7개월 중 2개월 남짓이다. 정확한 일수를 따져보면 200일 중 71일만 국내에 머물렀고, 나머지 날에는 일본과 하와이, 유럽 등에서 보냈다.

◇부쩍 길고 잦아진 해외출장…'이례적' = 실제로 작년 12월 한 달 동안 하와이 등에 체류하다 새해 직전 입국했던 이 회장은 열흘 만인 지난 1월 11일에 다시 하와이로 출국해 3개월 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기간 하와이와 일본 등을 오간 이 회장은 지난 4월 6일 입국해서 한 달가량 국내에 머물렀다.

그러다 다시 5월 4일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가 사흘 남짓의 일정이 끝나고 나서 바로 돌아오지 않고 해외에 머무르다 그달 21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한 달 만인 지난달 20일 다시 일본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한 달째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이 회장의 장기 해외출장은 최근 몇 년간 사례와 비교해보면 다소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4월 21일부터 서울 서초사옥으로 나오기 시작한 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 꼬박꼬박 출근하며 국내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다.

물론 중간 중간 해외 출장에 나서기도 했지만, 모두 비교적 짧게 일정을 소화했고 주 활동 무대는 국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쩍 해외에 나가는 횟수와 체류하는 기간 모두가 늘어난 것이다.

이 회장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다 보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현안 보고를 위해 출국하는 일도 생겼다.

실제로 이들은 올해 들어 2월과 4월 초, 또 이번 달 16일 등 벌써 3차례나 이 회장을 보고자 일본으로 날아갔다.

◇'경영구상'과 '건강관리' 위한 것인 듯 = 이처럼 이 회장의 해외 체류가 길어지고 잦아진 것은 일단 경영구상을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구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이 회장의 새로운 경영구상이 더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면서 해외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폐 부근의 림프절 암에 걸렸다가 완치됐지만, 여전히 호흡기 질환을 신경 쓴다"며 "이 때문에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환절기 등을 피해 날씨가 좋은 지역에서 안정을 자주 취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회장이 올해 들어 기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에서 경영구상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시간도 길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빈자리는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겨 = 이 회장의 해외 체류가 길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해 공식 활동에 나서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중국 산시(陝西)성의 자오정용 서기, 루친지엔 성장과 만나 중국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3월에는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ㆍ혁신ㆍ디지털 경제 장관도 만났다.

4월에는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딕슨(Dixons)의 세바스찬 제임스 대표와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 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 등도 만났다.

또 일본을 방문해 가토 가오루 NTT도코모 대표와 다나카 다카시 KDDI 대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일본 통신 3사 대표를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을 찾은 IT 거물들을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지난 4월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를 잇달아 만났고, 지난달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중국 시안(西安)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 회장이 직접 나섰던 대통령 관련 의전을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맡았던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그룹 현안을 직접 챙겼지만, 올해 들어 해외출장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이 많은 일을 챙기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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