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 전 기재부 차관보, 현재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새 영역에 도전 중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트루벤인베스트먼트의 구본진 대표는 관직에서 물러나 PEF(사모펀드) 계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차관보까지 지낸 인물이 투자회사를 차려 독립한다는 것은 실제로 상당한 도전이다.

이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나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 고위공무원 출신에 PEF를 설립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구 대표의 케이스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구 대표는 행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하고 나서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재정정책, 국고 등 재정 전반에 걸친 보직을 거쳤고 MB정부 들어서는 정책조정국장과 재정업무관리관(재정차관보)이라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그는 물러날 때까지 어떤 구설수도 없이 '가장 존경하는 상사'로 뽑힐 만큼 조직에서 신임이 두터웠음에도 후배에게 길을 내준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관례대로라면 굵직한 산하기관장 등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었지만 이것도 스스로 마다했다.

구 대표는 "공직에서 많은 경험을 한 만큼, 새로운 인생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며 "그동안에도 '갑'으로 살진 못했지만, 공직을 나오니 그야말로 '을'의 입장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회사 설립 1년 반도 채 안 됐음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1천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 조성에 성공한 것이다.

구 대표는 최근 기업은행과 포스코로부터 각각 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IBK포스코트루벤 기업재무안정 PEF'를 만들었다. 법정관리나 파산 신청 등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 것이다.

그는 "조금의 자금지원만 있으면 살아나고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기업은행과 포스코에서 국민경제를 위하는 마음에서 선뜻 큰 투자를 해줘 의미 있는 펀드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중소기업 펀드 말고도 목표로 하는 펀드가 또 있다. 바로 전기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는 "지난 2011년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전력산업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간발전에 대한 투자로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풍부한 경험도 민간발전 펀드 조성에 도움이 됐다.

북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담당한 뉴욕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재정국장으로서 쌓은 국제금융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경험이 무엇보다 큰 자산이었다.

또,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일하며 각종 갈등을 조정해본 덕분에 발전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자치단체와 지역주민 등 많은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와 조율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구 대표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10조원 이상의 투자의향서를 받아내 올 초 진행된 '6차 전력수급계획' 사업자 선정에 도전했다. 심사는 재심까지 진행됐지만, 아쉽게 그는 탈락했다.

구 대표는 "국내에서는 PEF가 투자자를 모아 발전사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다"며 "그만큼 심사위원들이 보기엔 다소 생소한 계획이었던 탓에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2년 후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을 기약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도 시작했다.

특히 최근 1년 사이에 미얀마를 8번 넘게 다녀온 끝에 현지에서 파트너를 찾아 500메가와트급 석탄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타당성 조사가 잘 마무리되면 올 10월 정도면 미얀마 정부와 전력구매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티모르에서도 고속도로 건설 입찰에 참여했다. 구 대표는 현재로서는 입찰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에서 관직에 있었다는 점이 그쪽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할 때 신뢰 형성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SOC 펀드와 중소기업 펀드 등이 성과를 내면 국내 최초로 '지식인프라 펀드'도 조성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 사회도 지식기반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며 "헤리지티재단과 브루킹스연구소와 같은 민간 싱크탱크 연구기관을 설립해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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