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등 신흥시장 붕괴 경고



(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월가가 신흥국 금융시장을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 전략이 미국 시장보다 신흥국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에 따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신흥국 시장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일(미국 시간)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이 신흥국 시장에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유동성이 빠져나가면 신흥국 시장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행의 브라이언 스메들리 금리 담당 전략가는 "최근 4년간 포트폴리오 투자에 따라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무려 1조4천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4년간 유입된 자금의 배에 달한다.

미국의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는 실제 신흥국 시장을 강타했다. 강세를 이어가던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증시 등은 첫 우려가 고개를 든 지난 5월부터 약 9% 하락했다.

통화시장에는 더 큰 충격을 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는 5월 중순 이후 미 달러화에 대해 4.5% 급락했다. 브라질, 말레이시아 통화 등도 3.5% 하락했다.

스메들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나타난 수치는 예전 미국의 버블붕괴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했다.

막대한 외국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 국내 금리 투자 메리트는 낮아지고 ▶ 신용시장은 커진 데다 ▶ 자산 가격은 오르고 ▶ 위험 상품과 펀딩 기법 등은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경기를 주도해온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신흥국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세바스티엔 게일리 통화 담당 전략가는 중국 수요 감소가 기업의 실적에 상처를 줄 것이라며 기업은 신흥국 시장에서 활동을 재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버냉키의 최대 업적은 서브프라임 위기 때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이지만 역사가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연준의 정책이 신흥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준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외환 전략가는 신흥국 시장이 경기순환적 침체와 양적완화 축소란 두 개의 `강펀치'를 동시에 얻어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외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 성장 전망이 상대적으로 매우 밝다"며 "미국이 처음으로 양적완화를 시작할 때는 주저했던 신흥국들이 자산매입을 축소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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