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LG생활건강[051900]이 지난 분기에 또다시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에도 피인수회사가 연결기준 실적을 크게 갉아먹는 일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인수한 부실회사도 빠르게 우량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LG생활건강 행보에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분기마다 늘어가고 있다는 것과 M&A 건수보다 오히려 실적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3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32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34분기 연속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매분기 우상향 성장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전년동기대비'라는 말에 유의해야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늘어난 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분기 대비로는 등락이 있다. 편차도 심하다.

예를 들어 2분기 영업이익은 1천20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4.4% 증가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천459억원보다는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액도 분기별로 등락이 크다.

회사 측은 이를 사업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25일 "주요 사업군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인데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생활용품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있는 분기에 많이 팔리고 2위인 화장품 경우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매출액이 증가한다. 음료 매출은 당연히 더운 여름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결국, 주요 사업의 계절성을 고려해 전년동기대비 성장세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매년 적잖은 M&A를 수행하지만, 오히려 성장이 더딘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올해 1분기 말 재무 안정지표가 나빠지면서 M&A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현 부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후 2007년부터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더페이스샵, 한국음료, 해태음료, 보브, 긴자 스테파니, 퓨처 등을 인수했다.

올해도 일본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 업체인 에버라이프를 인수했다.

그러나 M&A는 '1+1=2'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적자를 내고 있었던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인수한 후 겹치는 부분을 구조조정하고 한계사업을 정리하게 마련"이라며 "단기적으로 '1+1=1.2' 정도만 돼도 훌륭한 성과이고 장기적으로 1.5 이상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적자 기업을 흑자 전환한 수완을 평가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A가 점차 해외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기업은 국내만큼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화와 성장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우려는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172.5%, 순차입금의존도가 28.2%까지 올라가면서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M&A 뉴스에 조금씩 긴장하고 있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금창출력으로 재무를 다시 한번 다독이고 갈 시기가 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천억원짜리 해외 M&A를 또 수행한다면 비교적 긍정적인 시장 평가도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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