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현대그룹이 2011년 11월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 8곳을 상대로 현대건설 입찰과정에서 이행보증금으로 낸 2천755억원의 반환과 손해배상금 500억원을 청구하며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윤종구 부장판사)는 25일 "채권단은 청구대금 2천755억원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2천66억원을 현대그룹에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 해지 당시 현대그룹의 인수대금 지급의 불확실성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자금 관련 의혹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제기된 측면이 있는데다 교섭과정에서 채권단도 신의성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채권단의 자금증빙 해명 요구가 합리적인 범위에서 이뤄졌음에도 현대그룹이 채권단의 해명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측면도 있어 전체 이행보증금의 4분의 3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서는 계약해지가 적법했고 주식매각과정에서 채권단이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가진 만큼 양해각서 해지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며 기각했다.

현대그룹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현대차그룹과 경쟁을 벌인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수대금 자금출처 증빙을 요구하는 채권단의 요구에 반발하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과 동양증권 등을 끌어들여 자금력을 만회해 현대차그룹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천755억원의 이행보증금도 내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채권단은 나티시스은행 계좌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던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걸고넘어졌고, 출처를 밝히라고 요청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나티시스은행이 증빙한 대출계약서 등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했다.

현대그룹은 "5%의 이행보증금을 냈는데도 채권단이 실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현대차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배임적 이중매매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급기야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단이 외부의 압력에 태도를 바꿔 양해각서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채권단은 개별 채권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항소할지 말지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1심 판결문이 송달되면 법률대리인들과 협의를 거치고 채권 은행별로 의견을 들은 뒤 항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낸 현대그룹도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지, 항소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관련해 앞으로 대응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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