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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프로야구에다 주식시장을 비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곱씹을수록 참으로 그럴듯하다.

첫째로, 야구는 공수가 교대되는 게임이다. 축구나 농구처럼 공격하다가 공을 뺏기면 수비하고, 수비하다가 공을 가로채면 도중에 다시 공격하는 식이 아니다. 한 팀이 공격할 때에 다른 팀은 수비만 하고, 공수가 바뀌어 그간 수비하던 팀이 공격에 나서면 그때까지 공격하던 팀은 이제 수비만 한다. 주식시장도 같다. 공격과 수비가 교대되듯이 상승추세와 하락추세가 엇갈려 나타난다. 상승추세일 때에는 주가가 내내 오르고, 반대로 하락추세일 때에는 주가가연신 내리기만 한다.

둘째로, 야구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경기가 아니다. 다른 경기처럼 45분간 공격하고 10분 쉬는 게임이 아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고 하여 공격이 끝나는 법도 없다. 공수 교대가 되지 않는 한 한 팀은 무한정 공격을 이어갈 수 있고, 상대팀은 하염없이 수비만 해야 한다. 공격이 끝나려면 ‘스리아웃’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주식시장도 같다. 상승추세나 하락추세가 시간을 정해놓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 분위기가 좋다면 주가가내내 오르는 일만 지속할 수도 있다. 요즘 다우지수나 S&P500지수가 바로 그 짝이다.

셋째로 야구에서 한 팀이 승리하려면 팀 구성원 모두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날따라 안타도 때리고 홈런도 펑펑 날리는데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등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 즉 ‘키 플레이어’가 있으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주식시장도 같다. 특정한 종목 혹은 산업이 장세를 이끌어갈 수 있는데, 그럴 때면 상승장세가 훨씬 강력하고 오래간다. 소위 ‘주도주’가부각되는추세가 그렇지 않은 추세보다 강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고 보면 야구는 참으로 신사적인 경기이다. 다른 스포츠 경기에서는 짧은 반바지와 티셔츠만 달랑 걸치는 것에 비하여 야구 선수들은 삼복더위에도 긴 소매 상의에 긴 바지를 착용하며, 심지어 모자도 쓰고 양말도 신으며 ‘속셔츠’도 챙겨 입는다. 옛날 말로 소위 ‘의관’을 갖추는 셈. 멋쟁이들의 스포츠다. 거기에다 야구는 다른 경기와는 달리 신체접촉도 없다. 투수는 묵묵히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 공을 때린 즉시 1루로 냅다 뛰기만 할 뿐 상대팀 선수랑 몸이 부딪치지 않는다. 얼마나 ‘젠틀’ 한가! - 참,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처럼 신사적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우격다짐일지라도 주식시장을 신사적이라고 우길 수는 없겠다. 결국... 이 글은 억지?

(주간 코스피지수 전망)

서두에서 야구를 들먹인 것은 내가 워낙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만, 야구의 ‘공수교대’처럼 이제 슬슬 추세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상승추세는 단기적이다. 내 판단으로는 전반적으로 하락추세가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단기적으로 상승추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쪽인데, 그게 야금야금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당장에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상승세의 ‘힘’이 현저하게 빠졌다. 작금의 상승세는 지수가 심지어 1,800선 이하로 처박혔던 1,770.53(6월25일)부터 비롯되었던 터. 그런데 1,800 언저리에서, 즉 바닥에서 주가가 상승할 때만 하더라도 상승세는 활기찼고 상승폭은 강력하였다. 그러나 요즘 들어 지수의 상승폭은 예전과 같지 않다. 하루에 10포인트 오르기조차 어렵다. 비유한다면 마치 산을 오를 경우 출발할 때에는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실리지만, 정상에 다다르면 한 발씩 내딛는 일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고 힘겨운 것과 같다. 상승세는 머지않았다.

상승폭뿐 아니다. 기술적 지표들도 슬슬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RSI는 65를 넘어서서 바야흐로 70선에 근접 중이고, CCI는 사실 200선 앞에서 이미 내림세로 돌아선 상태이다. MFI는 77 언저리인지라 조만간 80을 넘길 참이고 이격도는 103%에 이른다. 물론 이 모든 지표가 당장에 ‘매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더 오를 여지는 있다. 정상에 다다르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듯이 지금의 상승세가 힘겹다는 뜻이지 우리가 이미 정상에 올랐다거나 혹은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조하지만, 단기상승세는 더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야구처럼 - 아무리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경기가 아닐지라도 무한정 공격만 할 수 없는 노릇. 이제 수비도 생각할 때이다. 그러기에 이참에 공격적 매수는 내키지 않는다. 저항선이었던 1,900을 살짝 넘긴 상태이로되 여기서 추가 상승목표를 정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단기적일지라도 크게 욕심내고 싶지 않다.

(달러-원 주간전망)

시장에서야 다 아는 이야기지만 속칭 ‘풋돌이’ 혹은 ‘콜돌이’라는 말이 있다. 태생적으로 풋, 즉 하락이나 숏 포지션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콜 혹은 롱 포지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어느 편인가 하면 - 이제까지는 비교적 ‘뉴트럴’, 즉 중립적이라고 내심 주장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그동안에는 자꾸만 달러를 사는 쪽에 더 마음이 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콜돌이’였던 근거는 일목균형표에서 달러-원이 구름을 넘어서는 등 완벽하게 상승추세였기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나를 뒷받침해주던 근거들이 차례로 무너지더니 급기야 모든 것이 ‘하락’으로 바뀌고 말았다.

당장에 일간차트에서 달러-원은 1,114원 언저리에 걸쳐 있던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서고 말았다. 단순무식하게 말하여 ‘구름 위=상승, 구름 아래=하락’이라는 공식에 비추어보더라도 지금은 추세가 바뀐 상황이다. 아울러 기준선과 전환선도 역전된 지 오래고,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을 무너뜨렸으니 이제는 더 비빌 언덕도 없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1,114원의 지지선이 절묘하게 버티어주었으나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지난주금요일(7월26일) 장중에 심지어 1,110원마저 무너지는 꼴을 당했으니 이제 상승세는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지선도 무너지고 구름도 붕괴하였으니 더 무엇을 바랄꼬. 전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노릇. 물론 환율이 내내 처박힐 수는 없겠다. 그동안 달러-원의 하락폭이 컸고, 구름을 아래로 벗어난지라 (구름의 속성을 상기한다면) 구름 하단의 저항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약간의 반등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애당초 구름의 두께는 얇았으나 향후 구름은 되레 점차 두꺼워진다. 위로 저항선이 강력해질 조짐이다. 1,120원부터 저항선이 버틴다. 구름 상단은 1,140원이기에 그걸 벗어나 다시 상승세로 귀환하기는 너무나도 아득하다.

반등할 때마다 ‘풋돌이’로 돌아서는 것이 현명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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