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STX조선 여신 분류 채권단이 알아서 하라"

부실채권 분류 입장서 선회…STX조선 정상화 '청신호'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금융감독원이 당초의 입장을 바꿔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건전성 분류를 채권단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혀, STX조선의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간 STX조선에 대한 여신을 부실채권(고정이하)으로 분류하라는 금감원의 입장에 'STX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꺼리던 채권 은행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STX조선 채권 은행 부행장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STX조선의 여신 건전성 분류 문제와 관련해 "채권 은행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산은은 STX조선에 1조8천500억원의 신규 지원과 수입신용장 대금 3억달러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지난 23일까지 알려달라고 채권 은행들에 돌렸지만 전일까지 동의서를 낸 곳은 외환은행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당초 금감원이 STX조선 채권단에 신규로 지원되는 자금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라고 지시한 탓이다. 이에 채권단은 충당금 적립 부담 등을 내세워 반발했고 STX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서 제출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동안 자율협약 때 자금을 지원할 경우 은행들은 여신 건전성 분류를 '요주의'로 해 충당금을 7% 가량만 적립해 왔다.

그러나 이를 '고정이하'로 분류하게 되면 신규 지원 자금은 모두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은행들은 20% 이상의 비율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채권 은행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어서 신규 자금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 은행들은 내부 여신심사위원회 일정 조차 잡지 못했다.

채권 은행들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STX조선의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까지 STX조선이 전자어음 7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부도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었다.

결국 금감원이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채권 은행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당초 계획했던 자금 지원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STX조선의 경영정상화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e-mail]

(끝)